Q. 드디어 마지막 편이네요. 이번 편은 세계기록유산 맞지요!

A. 네. 잘 기억하고 계시네요. 세계유산기록은 1992년 세계의 기억 사업을 설립하였는데요. MOW, 일명 MEMORY OF THE WORLD 라는 의미의 세계의 기억은 기록 유산을 보존하기 위하여 시작되었습니다. 전쟁 등으로 인하여 특히 기록 유산들은 불에 타 없어지거나, 약탈, 불법 거래 등으로 많이 사라졌는데요. 인류의 소중한 역사를 담고 있는 기록을 보전하기 위하여 1995년 세계 기록유산으로 본격적으로 보호하기 시작하였습니다.

Q. 세계기록유산은 어떤 것들인가요? 기록이라고 하니 범위가 많이 넓을 것 같아요.

A. 네. 현재 유네스코에서는 세계기록유산의 대상을 정하고 있습니다. 필사본이나 도서, 신문 등 기록이 담긴 자료를 포함하여 플라스틱이나 양피지, 파피루스, 야자 잎, 섬유 돌 등으로 기록이 남아 있는 것도 기록유산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꼭 글이 아니더라도 그림이나 프린트, 지도, 혹은 음악이나 악보 등의 비문자 자료를 포함하여 움직임이나 영상의 이미지, 비디오, 사진 등도 기록 유산의 대상에 들어가지요.

Q. 세계기록유산의 등재 기준이 따로 있을까요? 아무래도 기록물이라 언어가 다르다 보니 세계 유산과 같이 보편성을 가르는 데 있어서 조금 어려울 것 같기도 한데요.

A. 네. 세계기록유산도 다른 두 개의 문화유산과 마찬가지로 등재 기준을 충족시켜야 비로소 그 가치가 인정되는데요. 세계 역사의 중요한 영향력을 끼치거나, 인류 역사의 시점에서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이바지한 경우가 선정됩니다. 그 외에도 역사나 문화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인물이나 인물의 삶 혹은 업적에 관련된 것들 역시 포함되지요. 기준으로는 우선 해당 유산이 정품으로 진정성이 있을 것, 독창적이고 비대체적인 유산이어야 할 것, 시간, 장소, 사람, 대상과 주제, 형태 및 스타일에 있어서 중요한 표본이 될 것 등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세계기록유산의 경우 ‘기록물의 내용’보다는 그 기록물 자체로 심사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요. 당대에 쓰여진 시간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지요. 이러하기 때문에 나중에 전해지는 성경, 코란, 사기 등이 기록유산으로 채택되지 못하였습니다.

Q. 우리나라에도 꽤 많은 세계기록유산이 있다고 들었어요.

A. 네. 맞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시아에서는 1위, 세계에서는 기록유산 보유국 4위인데요. 현재 기준으로 약 16개의 기록유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기록유산이 많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근현대사 관련 기록물도 상당히 많이 등재되어 있다는 것이 조금 의외인 부분일까요?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 새마을 운동 기록물,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록물 등 최근의 격변의 대한민국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기록물 역시 유네스코에 지정되어 있습니다.

Q. 등재 된 세계기록유산들 중에서 몇 개만 소개시켜 주실 수 있으신가요?

A. 네 물론이죠. 아래를 확인해 주세요.

1. 조선왕조실록

태조 이성계부터 철종에 이르기까지 25대 총 472년의 실록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국보로도 지정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기록물이기도 합니다. 글자 수만 해도 약 4900만자가 기록되었다고 하는데요. 왕의 정무 뿐만 아니라, 국왕과 신하들의 인물 정보, 군사관계, 천문 관측, 천재지변, 통계자료, 법령, 민간 동향 등 그 당시의 정세를 포함하여 모든 사회와 문화까지도 파악할 수 있는 조선왕조실록은 단순히 조선의 기록만이 아닌 동아시아의 여러 흐름을 알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록서이기도 합니다.

2. 승정원일기

승정원에서 왕이나 부서와 관련한 일에 대한 기록을 한 것을 승정원일기라고 합니다. 승정원이 무엇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지금으로 따지면 승정원은 대통령의 비서실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서류를 정리하거나 왕에게 보고하고, 명령을 전달하는 임무를 소행하며 모든 일을 기록한 승정원 일기는 임진왜란 때 조선 전기 기록이 전부 불타 없어졌는데요. 현재 남은 기록은 인조부터 순종까지 약 287년의 기록뿐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엄청나게 방대한 양이 기록되어 있으며, 1차적으로 기록된 사료인 승정원 일기의 경우는 기록이 세세하고 공문서의 개념이었기 때문에 실록보다 훨씬 객관적이라는 평을 얻기도 합니다.

3. 일성록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왕의 일기라고 볼 수 있는 일성록은 정조 때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15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정조는 자신을 반성하기 위해 매일 일기를 썼다고 전해지는데요. 그것에서 이 시초를 볼 수 있습니다. 정조가 왕이 되고 난 후에는 개인 일기가 아닌 국정 일기로 성격이 변하게 되었는데요. 격쟁, 심문 기록, 외교 문서, 암행 어사 등과 관련된 자료가 실려 있으며 하루의 일을 바로바로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내용 위주로 정리가 많이 되어 있습니다. 일성록은 앞서 위에서 말씀드린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와 함께 조선 왕조의 3대 연대기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4. 유교책판

조선 시대 718종의 책을 간행하기 위하여 목판에 판각한 책판을 말하며, 약 64000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문학을 비롯하여 정치나 경제, 철학 등 많은 분야를 다루고 있는 유교책판의 경우 당 시대 뿐 아니라 선대의 사상을 탐구하고 전승하는 것에서 많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지식인 집단의 공론을 통하여 완성된 유교 책판을 굉장히 독특한 형태를 갖고 있는데요. 공론이란 당대 지식인 계층의 여론을 뜻합니다. 이 지식인 집단에 의하여 서책의 내용이나 출판 과정 등이 결정되고 비용까지도 자체적으로 분담하면서 만든 것이 바로 유교 책판인데요. 각각의 책판들은 단 한 개만 제작이 되는데,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는 유일한 원본일 뿐만 아니라 현전하는 모든 책판은 당장 인출이 가능할 정도로 보존 상태가 좋다고 하네요.

5.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라는 구슬픈 노랫소리와 함께 전국민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KBS1에서 방영하던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라는 프로그램을 기억하시나요? 이것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하면 모두들 깜짝 놀라시는데요. 위에 말씀드렸듯 기록유산이라고 하는 것에는 영상물도 포함이 되기 때문입니다. 1983년 6월 30일 시작한 이 특별 생방송은 같은 해 11월 14일까지 무려 138시간동안 진행되었는데요. 세계 최장기간 연속 생방송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한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프로그램은 방송 하루 만에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KBS 중앙 홀에서는 신청을 원하는 이산가족들로 장사진을 이루었고, 더 이상 접수를 받지 않자 스스로 건물 벽이나 기둥, 바닥 등에 벽보를 써서 붙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방송기간동안 약 5만여명의 이산가족이 여의도를 찾아왔다고 하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시겠죠. 방송으로만 10만여건의 신청이 접수되었는데 1만명이 넘는 이산가족이 이 방송을 계기로 상봉하였다고 합니다.

Q. 혹시 앞으로 등재를 추진하는 것들이 있을까요?

A. 네. 앞으로 등재를 추진중인 기록 역시 많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물입니다. 2016년 위안부 기록물 2744건을 기록유산으로 등록 신청하였는데요. 일본이 이에 대응하여 세계기록유산과 관련한 새 심사안을 가결시켰고, 결국 2017년 안타깝게 일본 위안부 관련 기록물은 등재에 실패하고 맙니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물 관련 시민단체들은 계속해서 등재를 추진할 것이라고 하네요. 이 외에도 제주 4.3운동 관련 기록물 등 근현대와 관련한 기록물 역시 등재 추진을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또한 규장각에서 보관중인 용비어천가, 대동여지도 등을 비롯한 약 30여만점의 조선시대의 고지도 혹은 문서들 역시 기록유산으로 보전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라고 합니다. 2019년에는 동학농민혁명 기록물과 4.19혁명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 신청 대상으로 선정하였다고 하는데요. 앞으로도 많은 대한민국의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