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이전 편에서 말씀하셨던 지하철 역명에 관한 것인데요. 유래를 좀 알고 싶어요.

A. 네. 지난 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오늘은 지하철 역명에 관한 유래를 알려드릴까 해요.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순우리말 지하철 역명, 위인의 일화와 관련된 지하철 역명, 옛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는 역명 등 다양한 지하철 역명이 있는데요. 하나하나 차례로 알아볼게요

Q. 순우리말로 된 지하철 역명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궁금해요.

A. 네. 순우리말로 된 지하철 역명은 생각보다 많이 있는데요. 먼저 6호선 독바위 역입니다. 독바위 역은 바위 모양이 마치 항아리 같다고 하여 지어진 지명인데요. 이 곳은 예부터 바위가 많아서 숨기 편해 붙여졌다고 하네요. 또한 7호선 마들역의 경우에는 마들역이 위치한 상계동 일대가 삼밭이었는데 삼의 순우리말인 마뜰에서 역명이 유래하였다고 합니다. 분당선 한티역 일대는 예부터 큰 언덕이 많았던 곳인데요. 그래서 큰 언덕의 순우리말인 한티가 역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7호선 보라매역은 왜 보라매역이 되었는지 아시나요? 보라매란 태어난 지 1년이 안된 매를 부르는 순우리말인데요. 과거 이곳에 공군사관학교가 위치해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전했지만 여전히 이 곳을 보라매역이라고 부르고 있지요. 마지막으로 6호선에 위치한 버티고개역인데요. 한 때 별에서 온 그대에서 ‘김수현’이 ‘한 밤에 버티고개에 가서 앉을 놈’ 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요. 이 버티고개는 과연 어떤 연유로 이름 붙은 걸까요? 버티고개라고 한다면 보통 ‘버티다’라는 동사에서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하시는데요. 사실 버티고개는 그 동사와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버티고개는 예부터 길이 좁고 험해서 도둑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도둑을 잡기 위해 순라꾼들이 순라를 도는 코스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도둑을 발견하면 ‘번도’ 라는 말을 외치며 도둑을 쫓았는데요. 번도 라는 말이 점차 옮겨지면서 번티, 버티 라는 말 등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고개를 자연스럽게 버티고개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Q. 정말 재미있군요. 혹시 위인들과 관련한 이름들도 있나요? 왠지 을지로, 충무로 하면 위인들의 이름이 생각나긴 해요.

A. 네. 맞습니다. 을지로, 충정로, 충무로 등은 위인들과 관련된 역명인데요. 우선 3,4호선이 다니는 충무로는 우리가 바로 생각나는 위인이 한 분 계시죠. 바로 이순신 충무공입니다. 충무공은 이순신 장군의 시호인데요. 이 곳과 이순신 장군이 어떤 관련이 있길래 충무로 라고 불린 걸까요? 바로 이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순신 장군의 생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터만 남았지만, 명보아트홀 부근에 가시면 충무공 이순신 장군 생가 터 라는 비석이 하나 놓여져 있습니다. 이것으로 이 곳이 과거에 어떤 곳인지를 상상할 수 있지요. 다음은 충무로와 이름이 비슷하여 자주 헷갈리는 2.5호선 충정로인데요. 충정로는 을사늑약에 항거해 자결로 순국한 민영환 선생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민씨 일가의 외척을 등지고 자결을 한 민영환 선생의 업적을 기억하고자, 충정로 라는 지명을 붙였다고 하네요. 서울의 번화가 중 하나인 을지로는 을지로입구, 을지로3가, 을지로4가 등 그 역명만 무려 3군데에 달하는데요. 을지로는 누구의 이름을 따온 것일까요? 바로 을지문덕 장군입니다. 충정로와 비슷하게 을지로는 일제 강점기 때 일본식 지명을 바꾸자는 취지에서 위인의 이름을 딴 것에서 비롯하였습니다. 2호선 낙성대는 어느 위인과 관련이 있을까요? 강감찬 장군과 연관이 있습니다. 이 곳은 강감찬 장군의 생가 터가 있는데요. 왜 낙성대라고 불리게 되었는지는 그 어떤 전설이 전해내려옵니다. 강감찬이 태어나는 날 밤 고을을 지나던 중국 사신이 하늘에서 큰 별이 떨어져 어느 집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이상하게 여긴 사신이 관원을 시켜 별이 떨어진 곳을 찾아가보도록 하였는데 그 집 부인이 아들을 낳았고, 그게 바로 강감찬 장군이라는 이야기가 전해 오는데요. 그래서 이 곳을 낙성대역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Q. 낙성대가 그런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이것 말고도 재밌는 역사 비하인드 스토리나 유래들과 관련이 있는 역은 없나요?

A. 네. 1호선과 7호선이 지나는 온수역은 왜 온수역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말 그대로 더운 물이 나와서인데요. 조선왕조 실록에 따르면 1438년경 이 일대에서 더운 물이 솟아나왔다고 하여 온수골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거기에서 따온 지명이 온수이지요. 1호선 군포역은 어떤 사연이 있을까요? 임진왜란에서 후퇴중이던 관군에게 이 지역 마을 사람들이 식사를 제공하여 사기를 진작시켜 크게 무찔렀다고 합니다. 한자로 굶주린 관군이 배불리 먹은 지역이다 하여 군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1호선 녹천역의 경우도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지는데요. 홍수로 인해 폐허가 된 마을 뒷산에 사슴이 내려와 목욕을 하고 갔다고 해요. 그 날 이후로 농사가 잘 되고 마을이 번성하여 사슴이 개울에 내려왔다고 하여 녹천이라는 지명 이름이 붙었는데요. 지금도 녹천역 근처에 가면 사슴 동상이 있다고 합니다. 7호선 장승배기에는 정조와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를 그리워하며 현륭원을 자주 찾았다고 알려지는데요. 가는 길에는 항상 이 장승배기길을 지나가야 했다고 합니다. 이 곳은 울창한 나무숲이었다고 하는데요, 숲에서 쉬다 보니 고요하고 인적이 없어 적적했던 정조가 이 곳에 장승을 세우라고 명하여 그때부터 이 곳의 지명이 장승배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4호선 상록수역은 동명의 소설 ‘상록수’에서 따 온 것인데요. 심훈의 소설 상록수의 주인공인 채영신의 실제 모델인 최용신이 살았던 곳이 바로 이 상록수 역 부근이라고 합니다. 소설의 주인공이 살던 곳이었기 때문에 역명으로 까지 소설 이름이 채택된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Q. 그렇군요. 이렇게 보니까 굉장히 지하철역들이 새로워 보이네요. 그러고보니 옛 모습을 알 수 있는 역명들이 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네. 그것도 알려드릴게요. 우선 9호선 염창역은 이름 그대로 예전에 소금 창고가 있었던 것에서 이름이 유래하였습니다. 1호선 독산역은 마을 산봉우리에 나무가 없는 벌거숭이 산이 있었는데요. 한자로 대머리 독자를 사용하여 독산이라는 지명이 붙었다고 하네요. 3호선 대청역의 경우는 조금 독특합니다. 조선시대 이곳의 99칸 짜리 한옥이 있었는데 잠실 근처에서 이 곳을 바라보면 한옥의 대청 큰 마루가 보인다 하여 대청마을이라고 불린데서 유래하였다고 합니다. 지금의 평수로 따져보아도 몇백평은 훨씬 넘는 어마어마한 집이라고 하네요. 4호선 종착역인 당고개의 경우에는 미륵당이라는 이름에서 유래하였는데요. 원래 이 곳 근처 산은 산짐승이 많이 나와 나그네들이 이 곳을 지날 때 반드시 돌을 들고 넘었다고 해요. 돌을 드는 이유는 맹수로부터 자신을 지켜달라는 돌탑을 쌓기 위해서인데요. 이 돌탑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기도를 하는 성황당으로 변하여 당자를 사용하여 당고개라는 지명 이름과 역명이 생겼습니다. 9호선 노들역 근처는 예부터 수양버들이 울창하고 백로가 노닐던 곳이라는데요. 노들 이라는 단어가 바로 백로가 노닐던 징검돌을 뜻한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3호선과 경의중앙선이 다니는 옥수역의 경우 과거 옥정수라고 하는 물맛이 좋기로 유명한 우물이 있었는데, 그 맛이 어찌나 뛰어난지 우물물을 왕에게까지 진상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정말 하나하나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는 역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