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종묘가 정확히 무엇인가요?

A. 종묘란 조선 왕과 왕비의 영혼을 모신 공간입니다. 보통 ‘묘’라는 글자 때문에 무덤이라도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종묘에 ‘묘’자는 사당 묘자를 써서 무덤이 아닌 사당을 의미합니다. 옛 선조들은 ‘혼비백산’이라고 하여 죽으면 인간의 혼은 하늘로 육신은 땅으로 간다고 믿었는데요. 그래서 사람이 죽은 후 육신은 무덤을 만들어 땅에 묻고, 혼은 신주에 담아 보관하였습니다. 조선 왕의 신주를 모신 공간이 바로 이 종묘인 것이지요.

Q. 신주요? 그게 무엇인가요?

A. 신주란 죽은 사람을 모시는 위패를 말합니다. 신주는 밤나무로 만들어지는데, 그 이유는 밤나무의 한자가 서쪽 서자에 나무 목자를 쓰는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죽은 자의 방위인 서쪽의 나무이기도 하며, 밤나무 특성 자체가 오랜 세월이 지나도 뒤틀림이 없기 때문에 신주의 용도로 적합하였습니다. 신주는 상하좌우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데요. 조상의 혼이 출입할 수 있도록 뚫어놓음과 동시에 환기를 시켜 나무가 썩지 않게 하는 목적이라고 하네요. 현재 종묘에는 정전에 19실에 49위, 영녕전에는 16실에 34위의 신주가 모셔져 있습니다.

Q. 우리나라는 많은 전란이 있었잖아요. 어떻게 신주를 지켰나요?

A. 네. 실제로 현재 종묘에 모셔져 있는 신주는 모두 진품이라고 하는데요. 임진왜란과 같이 큰 전쟁이 많았던 조선시대에 신주는 현존 왕보다도 먼저 대피를 시킬 정도로 조상을 중시 여겼던 유교사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동이 편치 않았던 시대에 가볍지 않은 무게의 신주를 옮기는 것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현존하는 왕의 대피보다 먼저 옮긴 것을 보면 얼마나 조상을 공경하고 숭상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겠지요.

Q. 종묘랑 다른 궁궐이랑은 무엇이 다른가요?

A. 종묘랑 다른 궁궐의 차이점을 본다면 아무래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화려함이 아닐까요? 단청으로 칠을 하여 궁궐의 화려함을 부각시킨 것에 비해 종묘의 건물은 단청이 없이 소박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얼핏 보기에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공간이라기에 지나치게 단순한 것은 아닐까 하고 의문을 갖는 관광객이 있을 수도 있는데요. 이는 모두 죽은 자를 위한 공간인 종묘이기 때문에 예를 갖추기 위하여 소박하게 장식을 해 놓은 거라고 하네요. 또한, 대부분의 궁궐에 충절을 상징하는 소나무가 심어져 있는 것에 비하여 종묘에는 향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반면 같으면서도 다른 점도 있지요. 궁궐과 종묘에는 모두 ‘삼도’라고 하여 세 개의 길이 있는데요. 궁궐에서 한 가운데는 왕이 다니는 ‘어도’이지만 종묘에 한가운데길은 왕조차도 걸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곳은 오직 선대 왕과 왕비의 영혼만 다닐 수 있다 하여 ‘신도’라고 합니다. 이렇듯 비슷한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점이 아주 많이 있답니다.

Q. 그렇군요. 정전과 영녕전의 차이는 무엇이죠?

A. 종묘의 메인건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정전과 영녕전은 모두 신주를 모신 공간입니다. 한 공간이 아닌 왜 두 공간에 따로 건물을 만들어 보관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분들이 계실텐데요. 정전에 신실은 한정되어 있는데 시대가 지나가면서 신주를 보관할 곳이 부족하게 되었습니다. 세종 대에 이르러 신실이 완전히 부족하게 되면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영녕전인데요. 후에 영녕전도 자리가 꽉 차며, 정전을 증축하기에 이르렀는데요. 정전에는 공적이 많은 왕을 주로, 영녕전에는 태조의 4대 선조와 추존왕 등 비교적 재위기간이 짧거나 공적이 많지 않았던 왕의 신주를 모셨습니다.

Q. 그렇다면 종묘에는 모든 조선의 임금의 신주가 다 있는 것인가요?

A. 아닙니다. 종묘에는 아쉽게도 모셔지지 못한 임금이 두 분 계신데요. 바로 폐위당하여 임금의 신분들 박탈당한 10대 임금 연산군과 15대 임금 광해군입니다. 왕이라는 신분에서 폐위당하였기 때문에 조선 종묘에도 들어올 수가 없는데요. 임진왜란 이후 종묘를 다시 재정비한 왕이 바로 광해군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네요.

Q. 혹시 사도세자는 어떻게 되었나요? 어린나이에 비극적으로 죽음을 맞은 단종도 궁금합니다.

A. 네. 단종의 경우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양대군이었던 세조에 의해 왕위를 빼앗기고 폐위당하여 유배를 간 곳에서 죽음을 맞이한 단종. 이미 폐위를 당하였기 때문에 단종이라는 이름이 아닌 노산군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었는데요. 숙종 때 전반적인 역사 개혁의 하나로 단종은 노산군이 아닌 단종으로 다시 왕위를 회복하고, 죽은지 232년만에 종묘에 신주가 모셔지게 됩니다. 사도세자는 처음부터 왕이 되지 못한 왕세자의 신분이었고 그마저도 폐위를 당하였기 때문에 당연히 종묘에는 들어올 수가 없었는데요. 아들 정조가 왕이 되고 난 후에 폐위된 왕의 신분을 회복시키려 노력을 했으나 종묘까지 입성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승하한 정조 대신 ‘고종’ 때 장조라는 묘호를 받아 종묘에 신주가 모셔지게 되었습니다.

Q. 아하 그렇군요. 제가 알기로는 종묘가 유네스코 등재되었다고 들었는데요.

A. 네. 종묘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1995년 유네스코에 등재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종묘는 현재까지도 그 제례가 이어지도 있다는 점에서 ‘살아있는 문화재’로의 가치가 크게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동아시아 국가에는 종묘가 있는 곳이 여러 군데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60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종묘제례가 이어져 오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하네요. 또한, 종묘의 정전이 오랜 세월 증축을 반복하며 다양한 시대별 건축 양식을 엿볼 수 있다는 것도 건축학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건축물과 함께 종묘 제례악이라고 하는 전통 음악, 무용을 포함하여 음식 등 무형 유산 역시 함께 보존되고 있기 때문에 유네스코에 등재되었지요.

Q. 종묘제례악이란 무엇인가요? 종묘제례와 다른 것인가요?

A. 네.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은 조금 다릅니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종묘에서 행해지는 제례 의식을 종묘 제례라고 하고, 종묘 제례 때 행하는 연주와 춤을 종묘제례악이라고 하는데요. 이 둘은 모두 유네스코 세계 무형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종묘제례는 왕실에서 거행하는 장엄한 국가 제사로 길례 중에 하나인데요. 특히 종묘 제례는 아주 중요하게 여겨 정시제와 임시제로 나누어 진행하였습니다. 정시제는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과 동짓날에, 임시제는 나라의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 생기면 지냈습니다. 한 번 하면 몇날 며칠을 제례를 지내야 하기 때문에 나중에는 꾀병을 부리는 왕도 계셨다고 하네요. 종묘제례악은 기악과 노래, 춤을 합쳐 부르는 말인데요. 음악은 보태평과 정대업이라고 하는 곡이 연주됩니다. 이 두 곡 역시 세종대왕이 직접 만드신 곡이라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네요. 편종, 편경 등의 타악기와 당피리, 대금, 해금, 아쟁, 태평소, 장구 등의 악기가 어우러져 중후하고 웅장한 음악을 선보입니다. 보태평과 정대업은 왕의 무공과 문치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Q. 혹시 지금도 이걸 관람할 수 있나요?

A. 네. 현재는 아쉽게도 봄과 가을 두 시즌에만 대제를 하고 있습니다. 5월 첫째주 일요일에 열리는 춘향대제와 11월 첫째주 토요일에 열리는 추향대제인데요. 종묘제례는 무료로 관람이 가능한데요. 정전 관람석 일부만 사전 예약제로 운영이 되며 나머지는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관람석을 배정합니다. 엄숙하고 웅장한 종묘제례를 한 번 관람해 보는 것은 어떠신지요.

Q. 종묘에 갈 때 주의사항이 있나요?

A. 종묘는 매주 화요일이 휴관일입니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문화 해설사 분들과 동행하에만 관람이 가능한데요. 토요일에는 자유 관람이 가능하기 때문에 느긋하게 종묘의 한적함을 느끼고 싶으시면 토요일에 가보시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