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조선 왕릉,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는 문화재라고는 하지만 생소한 게 사실이에요.

A. 네. 조선 왕릉은 이름은 익숙하지만 이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아시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은 문화재인데요.왕릉 단 한 기만이 등록된 것이 아니라 44기의 무덤 중 북한에 있는 2기와 폐위된 연산군, 광해군 묘를를 제외한 40기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들으시면 다들 놀라시곤 한답니다. 조선시대 27대 왕과 왕비, 그리고 추존왕과 왕비의 무덤 전부를 의미하는 조선왕릉은 한국의 조경 건축 문화와 장례 문화를 알 수 있는 굉장히 가치 있는 문화재이지요.

 

Q. 한 기만 등록이 되어 있는게 아니군요? 어떤 이유로 등재가 되었나요?

A. 우선 조선왕릉은 세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면서 유네스코에 등재 되었는데요. 현존하거나 사라진 문화적 전통, 문명의 특출한 증거일 것. 인류 역사에 있어 중요 단계를 예증하는 건축이나 기술의 총체일 것. 사건이나 전통, 사상, 중요성이 탁월한 예술과 직접 또는 가시적으로 연관될 것 이라는 3가지 조건인데요. 말이 조금 어려우시죠? 간단히 풀어서 말씀드리면, 조선 왕릉은 유교 문화를 보여주는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한국의 장례 전통과 함께 풍수지리의 원리를 적용하고 자연경관을 유지함으로서 제례를 위한 장소를 만든 점과, 한국과 동아시아 무덤 발전의 중요한 단계를 보여주는 점이 있습니다. 왕릉 만의 특별한 건축물이나 주요 부속물 들의 배치 역시 중요한 포인트이죠. 또한 제례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점 역시 살아 있는 전통이라는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Q. 그렇군요. 묘랑 능, 원 여러 용어가 있어서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A. 네. 묘 뒤에 붙는 –능, -원, -묘 등은 그 무덤의 주인에 따라 붙게 됩니다. -릉 이라는 것은 이 나라의 왕이나 왕비의 무덤을 말하는데요. 추존된 왕 역시 능으로 불리웁니다. 무덤 주인이 밝혀진 왕과 왕비에 한정 됩니다. 만일 무덤의 주인을 알지 못한다면, -총이나 –분으로 불리게 된다고 하네요. 그 중에서도 총은 무덤안에 특징을 가진 물건이 발굴되었을 때 부른다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여러분이 가장 잘 아시는 ‘천마총’의 경우는 ‘천마가 그려진 말가리개’가 발굴되어 천마총이라고 부르고 있답니다. 다음은 –묘와 –원인데요. -원은 차기 왕을 이어나갈 세자와 세자빈, 혹은 아들이 왕이 된 후궁의 묘소 등을 부릅니다. 이 외에 직계 왕족이 아닌 자들은 –묘를 붙었는데요. 폐위된 광해군과 연산군의 경우는 –묘라고 부르고 있으며,대군, 군, 공주, 옹주 등이 –묘에 해당하겠네요.

 

 

Q. 이전에 말씀해주신 종묘와는 같은 곳인가요?

A. 네. 종묘와 조선왕릉은 참 닮은 점이 많습니다. 우선 제례가 행해지고 있는 점이 그렇고 조선 시대 역대 왕과 왕비를 모신 공간이라는 점이 그렇겠지요. 조선 시대 장례 문화를 알 수 있는 점이나 유네스코에 등재된 이유 역시 비슷한데요. 그럼에도 종묘와 조선 왕릉은 같은 공간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종묘의 경우는 이전에 말씀드린 대로 ‘신주’라고 하는 위패를 모신 공간입니다. 왕과 왕비의 위패를 모셔두고 제를 지내는 일종의 사당의 개념이라고 보시면 되겠지요. 반면 조선 왕릉은 왕과 왕비의 무덤이 있는 곳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일반적인 ‘묘’가 바로 조선 왕릉이지요. 왕과 왕비의 육신이 묻어 있는 곳이 바로 조선 왕릉이며, 그들의 영혼을 모신 곳이 종묘인 셈입니다.

 

Q.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조선의 왕과 왕비의 장례는 어떻게 치뤘을까요?

A. 네 일반적으로 왕과 왕비의 장례는 ‘국장’이라고 하여 일반 백성의 장례와는 절차부터가 다르게 진행됩니다. 보통 왕이 승하한 후에 약 3년이라는 세월동안 지낸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 몇 개만 말씀드리면 우선 국휼고명이라는 단계가 있는데요. 왕이 죽음을 앞두고 유언을 하거나 왕위 계승자를 정하는 것부터 국상의 시작입니다. 그 후에 숨을 완전히 거두면 내시가 솜을 입과 코 위에 얹어 숨이 움직이는 지를 살피지요. 이후 본격적으로 궁에서는 왕의 장례가 준비되는데요. 의복을 상복으로 갈아입고, 금식을 하며 왕의 죽음을 슬퍼합니다. 왕의 머리와 몸을 깨끗이 씻기고 함을 하게 되는데요. 시신의 입에 쌀과 구슬을 채워주는 절차입니다. 함이 끝나면 시신 아래 얼음을 넣은 후 소렴과 대렴을 거치게 되는데요. 이 소렴과 대렴시 입히는 의복만 해도 소렴에 19번, 대렴에 90벌을 입는다고 하네요. 빈소와 왕세자 왕위 계승과 함께 제사를 지내고 발인 전까지 빈전을 만들어 제사를 지냅니다. 그 이후 5개월째 되는 날 릉으로 떠나는데요, 국장행렬은 보통 4,5천명이 참가하는 대규모로 이루어 집니다. 시신을 안장한 후에 신주는 궁 혼전에 봉인하는데요. 신주는 27개월이 지난 후 종묘로 이전되고 3년상이 끝나게 됩니다.

 

Q. 어마어마 하네요. 그런데 날이 더우면 시신이 부패하거나 썩을 수도 있는데 굳이 바로 능으로 가시지 않고 궁에 모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3년이나 상을 지내는 것에는 이유가 따로 있는지도 궁금해요.

A. 네. 다들 궁금해 하시는 부분입니다. 겨울에 돌아가시면 그나마 괜찮지만, 봄이나 여름에 왕께서 승하를 하시면 5개월이나 빈전에 있어야 하는데 큰일이겠죠. 아무리 염을 철저히 한다 해도 시신이 금방 부패할 텐데요. 그럼에도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는 바로 왕이 돌아가신 이후에 모든 것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묘자리나, 혹은 장례 준비는 미리 시작하거나 봐두면 불경하다고 하여 행해지지 않았는데요. 그 때문에 왕이 돌아가신 후에 묫자리를 정하고 왕릉 안에 들어갈 건축물과 부속물을 제작하는 등 각종 제사를 지낼 준비와 왕의 시신의 능에 들어가기까지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이 5개월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해가 가시지요? 그리고 3년상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예전에는 흔히 치렀는데요.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상을 치르는 이유는 한 인간이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서 한 ‘사람’의 구실을 하기 까지 최소 3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태어나 자란 것을 보답하는 마음으로 혼자 밥을 먹고, 걸어다니고, 의사소통을 하는 시간을 돌아가신 부모에게 효도하고자 하는 선조들의 마음이었지요.

 

Q. 깊은 뜻이 있었네요. 그렇다면 조선왕릉의 특징이 있을까요?

A. 네. 조선왕릉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규칙이 있는데요. 우선 기본적으로 경국대전에 의하면 왕릉은 도성에서 4KM이상 40KM 이내에 위치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위에 말씀드렸듯 가장 중요한 것은 묫자리가 중요해야 한다는 점인데요. 풍수지리 사상에 철저히 입각하여 배산임수의 지형을 최고로 여겼습니다. 또한 음과 양의 조화를 위하여 평지도 아닌 산지도 아닌 중간에 걸쳐진 형태의 땅을 선호하였다고 하네요. 효를 중시하는 사회였기 때문에 왕릉은 한양에서 그리 먼 곳에 위치하면 좋지 않았습니다.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 왕이 선왕의 참배를 갈 수 있었으니까요. 이 외에도 왕릉은 공간의 성격에 따라 진입, 제향, 능침의 세 공간으로 나뉘어서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종묘와 비슷하게 죽은 자의 공간이기 때문에 산 자의 출입을 엄격하게 규제하였으며, 궁에서도 만날 수 있는 금천교 역시 조선왕릉에서도 볼 수 있는 특징이지요.

 

  

Q. 예전에 TV에서 조선왕릉을 보았는데 동물상이 있었어요. 뜻이 있는 것인가요?

A. 네. 실제로 조선 왕릉 내부에는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인물상이나 동물상, 다양한 석물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풍수지리에 입각해 자연을 중시하였기 때문에 신선 사상이 포함되어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신비한 힘을 지닌 도구나 상서로운 석물을 배치함으로써 왕릉을 보호하고 왕의 영생을 기원한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무덤 근처에 배치되어 있는 다양한 석조물들은 각각 그마다 의미를 갖고 있는 것들이라고 하니 얼마나 조선 시대 사람들이 왕릉에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겠지요. 이러한 석물들은 신비한 느낌과 동시에 봉분을 지키고 서 있는 일종의 수호적 의미가 강했다고 하네요.

 

 

Q. 한 번 가보고 싶은데요. 서울 내에 조선 왕릉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A. 네 서울 내에는 총 8개의 왕의 릉이 있는데요. 태릉과 강릉, 정릉, 의릉, 헌릉, 인릉, 그리고 선릉과 정릉입니다. 지하철 선릉역 때문에 가장 유명한 선정릉을 보시면, 선릉은 성종, 정릉은 중종의 릉입니다. 빌딩숲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으며 접근성이 가장 좋은 릉 중에 하나인지라 아무래도 조선 왕릉 중에서는 가장 유명한 곳이 아닐까 싶네요. 노원구에 위치하고 있는 태릉과 강릉은 각각 문정왕후와 명종의 릉인데요. 위에 정릉이 중종의 릉이라고 하였는데 어째서 왕후 혼자 다른 곳에 묻혔을까 의아해 하는 분이 계실 수도 있겠네요. 원래는 중종의 근처에 있었지만, 지대가 낮아 홍수 피해가 자주 일어나 어쩔 수 없이 현재의 자리로 능을 새로 조성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곳에는 현재 조선왕릉 전시관이 위치하고 있어서 관광객들이 많이 들리기도 하지요. 성북구에 위치한 정릉은 태조의 왕비인 신덕고황후의 능이며, 마찬가지로 성북구에 위치한 의릉은 경종의 릉입니다. 서초구에 위치한 헌,인릉은 각각 태종과 순조의 릉인데요.

 

 

Q. 혹시 서울 근교 에서도 유명한 왕릉이 있다면 가보고 싶어요.

A. 음, 서울 근교에 유명한 왕릉이라면 물론 어떤 릉이 가장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각자의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관광객에게 조금 더 알려진 곳을 소개해 드리자면 지극한 효심의 주인공인 정조와 그의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릉인 수원의 융,건릉, 세종대왕의 영릉, 그리고 비극적인 스토리의 주인공 단종의 영월 장릉이 있겠네요. 융,건릉은 정조대왕과 사도세자가 나란히 묻혀 있는 왕릉입니다. 실제로 아버지가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후에 정조는 왕이 되자마자 사도세자를 추존왕으로 모시고 아버지의 묘를 옮긴 후 화성으로 자주 행차를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화성에 행궁을 만들어 참배를 할 때에는 이곳에서 머물 정도로 효심이 깊었다고 하지요. 여주에 있는 세종대왕릉 영릉은 조선왕릉 중에서는 한 봉우리 안에 왕과 왕비의 관이 들어있는 합장릉이며 이후 조선 왕릉 배치의 기본이 되는 배치구성을 갖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종대왕역사문화관이 자리잡고 있어서 세종과 효종, 그리고 조선왕릉에 대해 전시를 볼 수도 있지요. 마지막으로 영월 장릉은 단종의 릉입니다. 세조에 의해 강제로 폐위당하고 노산군의 신분으로 영월에서 마지막 생을 보낸 단종은 약 250년 후 숙종에 의해 단종으로 격상되게 됩니다. 원래는 가매장하여 초라하던 능도 이 때 새롭게 재조성 되었는데요. 영월에서는 매년 단종 장릉에서 단종을 위한 제례와 함께 단종문화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단종의 국장 행렬 및 다양한 방식으로 단종을 알리고 있는데요. 이러한 영월군의 노력 덕분에 단종 문화제는 올해 무려 20만명의 관람객을 불러모았다고 합니다.

 

Q. 조선왕릉의 관람 시간이나 정보가 궁금합니다.

A. 조선왕릉은 여주 영릉 500원, 영월 장릉 2,000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왕릉이 전부 1,000원입니다. 만 24세 이하, 만 65세 이상 내국인 및 외국인은 무료입니다. 아래 표를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