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경희궁은 다른 궁에 비해서 조금 생소한 느낌이에요

A. 네. 사실 경희궁은 다른 궁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요. 한 때는 큰 규모를 자랑하는 궁궐이었지만 많은 아픈 역사를 거치며 경희궁은 지금은 정문의 자태만으로 궁궐인가라고 생각할 만큼 규모가 작아졌습니다. 경희궁은 광해군에 의해 만들어진 궁입니다. 임진왜란 중에 세자로 책봉된 광해군은 전쟁이 끝나고 종묘와 창덕궁을 중건합니다. 그리고 이궁 건립을 논의하게 되는데요. 그 당시 광해군의 이복동생인 정원군의 집이 왕기가 서려 있다는 불길한 소문들이 퍼지기 시작하였고 이에 광해군은 정원군의 집을 몰수하여 그 곳을 이궁으로 짓기 시작합니다. 이게 바로 경덕궁, 바로 경희궁이지요. 이렇게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던 경희궁이지만 정작 광해군은 경희궁이 완공되고 그 곳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인조바정을 거치며 폐위당하였기 때문입니다. 그 후로 이궁으로서의 역할을 착실히 하며 ‘서궐’ 이라고도 불린 경희궁은 고종 시대를 거치며 점점 그 기능을 상실하였고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완전하게 궁궐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Q. 그렇군요. 어떤 아픈 역사가 있는 궁궐인가요?

A.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는 경희궁의 전각 대부분을 헐어냅니다. 전각이 사라진 자리에는 일본인 학교인 총독부 중학교가 설립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이미 기존 면적의 절반이 축소되었지요. 그 후에도 정전이 여기저기로 옮겨다니고, 다른 전각은 기숙사와 교실로 사용되었습니다. 정문인 흥화문의 경우에는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기 위한 절의 정문으로 사용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일부는 도로로 편입시키며, 남아 있는 얼마 안되는 전각 역시 매각 처분 하였습니다. 약 10여년 동안 경희궁은 거의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되며,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만큼 파괴되었습니다.

Q. 현재는 복원이 되었나요?

A. 네. 꾸준히 복원 사업이 진행중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영원히 자취를 감출 만큼 소실되었던 경희궁은 2002년부터 시민에게 공개가 되고 있습니다. 박문사의 정문으로 사용되던 흥화문은 이후 신라호텔의 정문으로 사용되었는데요. 이것을 1994년 온전하게 이건하여 현재는 경희궁을 지키는 든든한 정문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숭정전이 복원되었습니다. 숭정전의 원 건물은 현재 동국대 구내 정각원이라는 법당으로 사용되고 있는데요. 숭정전 외에도 자정전, 태녕전 등이 복원되어 미약하게나마 경희궁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요.

Q. 경희궁과 관련된 왕의 에피소드가 남아 있을까요?

A. 경희궁에서는 실제로 많은 왕이 기거하였습니다. 우선 앞서 말한 인조가 경희궁에서 지냈으며, 숙종은 경희궁에서 태어나시고 승하하셨습니다. 또한 영조는 이 곳에서 인생의 절반을 보냈는데 마지막 여생도 경희궁에서 마무리하였다고 하네요. 영조의 손주인 정조는 숭정문에서 즉위를 하였으며, 순조와 헌종도 이 곳에도 승하와 즉위를 하였다고 하네요. 정말 많은 왕들이 경희궁에서 삶의 시작과 마무리를 하였네요.

Q. 경희궁 사진을 보다 보니 궁궐 내부에 큰 바위가 있던데 이건 무엇인가요?

A. 네. 서암을 보셨군요. 서암은 원래 왕암이라고 하여 왕의 기운이 서린 바위라는 속설이 있었다고 해요. 이 때문에 광해군이 이 곳에 경희궁을 지었다는 설이 있을 정도인데요. 왕암은 숙종 때가 되어서 이름이 상서로운 바위라 하여 서암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숙종이 직접 ‘서암’ 이라는 글자를 새겨 두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Q. 경희궁과 함께 근처를 둘러보고 싶다면 어디를 가야 하나요?

A. 경희궁 바로 앞에는 서울역사박물관이 있습니다. 서울역사 박물관은 이름 그대로 600년의 수도였던 한양을 중심으로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서울의 모습을 보여 주는 박물관입니다. 입장료가 무료이기 때문에 경희궁을 방문 하신 후에 서울 역사 박물관을 간다면 옛날에 화려하던 경희궁의 모습 역시 구경할 수 있답니다. 그 외에도 경희궁 바로 서쪽 강북삼성병원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이자 백범 김구 선생이 총에 맞아 암살당한 장소인 경교장이 있습니다. 경교장 역시 관람료가 무료인데요. 실내화로 갈아신은 뒤 내부를 관람할 수 있는 경교장은 현재는 전시실로 사용이 되고 있습니다. 김구 선생이 암살을 당할 때 실제로 입고 있었던 혈의를 포함하여 임시정부와 관련한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지요. 2층 전시실에 올라가보면 안두희에게 암살당하던 총알 자국이 선명한 유리창을 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