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1일 김민서, 이루리 안내사


오늘은 평소보다 안내사들 역시 조금 들뜬 마음이었는데요. 바로 한낮에 벌어지는 개기일식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개기일식을 놓친다면 그 다음은 2030년이 될 거라는 뉴스 보도들과 함께 저희 역시 퇴근길에 개기일식을 볼 수 있을까 기대감에 가득찬 채 근무에 나섰습니다.


오후 3시경의 일입니다. 명동역 부근에서 30대 독일 여성 한 분이 오셔서 저희에게 혹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선글라스를 구할 수 있는 지 물어보셨습니다. 명동 내 안경 상점들을 지도에 체크해드린 후 혹시 말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뒷부분에 ‘개기일식 전용 선글라스를 구매하고 싶습니다’ 라고 적어드린 후 안내를 종료하였습니다.



그러나 약 30분 뒤 관광객은 다시 저희를 찾아오셨습니다. 몇 군데의 표시해 준 안경 상점을 가보았지만 일반 선글라스가 아닌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선글라스는 구할 수가 없었다고 하였습니다. 관광객은 독일에서는 일반적으로 안경 상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안경인데 한국에서는 구하기 어렵다고 들었다면서 아쉬워하였습니다. 당장 개기일식이 예정된 시간은 앞으로 20분여 남짓밖에 남지 않은 시간. 혹시 다른 간이 안경이라도 필요한지 여쭈어보았지만 관광객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포기해야겠다며 아쉬운 마음을 안고 돌아섰습니다.



모처럼 개기일식을 기대하시고 계셨을 관광객 분을 이대로 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려하던 차 파트너가 급히 관광객을 따라갔습니다. 선글라스는 아니지만 안전하게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며 문구점에서 셀로판지를 구매하여 여러장 겹쳐 보면 된다는 뉴스를 보여주었습니다. 관광객 분은 신기해하며 정말 이런 방법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무사히 개기일식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뻐하셨고 저희는 가장 가까운 문구점을 체크해드렸습니다. 지도 뒤에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셀로판 용지를 찾고 있습니다.’ 라는 문구를 한 번 더 적어드렸습니다. 다만 셀로판지를 사용할 때에는 절대 한 장이 아니라 몇 겹씩 겹쳐서 봐야 하며, 장시간 보고 있으면 눈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는 주의사항을 덧붙였습니다.



선글라스가 없어서 모처럼 한국에서 개기일식이 진행되는 것도 아쉽게 못 보고 포기하려고 했는데 저렴하고 좋은 방법을 알려 주어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하며, 한국에서 받은 친절하고 특별한 안내가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갔습니다.



그 날은 저희 역시 셀로판지를 덧대어 2020년대 처음이자 마지막 개기일식을 보았는데요. 다음 개기일식이 일어날 때에는 지금의 모든 안 좋은 일들이 사라진 다시 자유롭게 활기를 찾은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