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서울 여행을 왔다는 관광객, 도대체 무슨 일일까?

10월 8일 목요일 / 광화문 고정식 안내소 / 하숙영 안내사




10월 8일 목요일의 일입니다. 서울시 관광협회 본사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는데요. 이제 막 서울에 도착하였다고 하시며 말문을 여신 어떤 어르신의 전화였습니다. 무슨 일인지 여쭈어보자 시티투어버스를 방송에서 보고 타고 싶어서 왔는데 문을 닫았다며 어찌된 일인지를 물어보셨습니다. 현재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서울시티투어버스가 운행을 중단한 상태라고 말씀드리자, 어르신은 그럼 어떻게 오늘 하루를 지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전화상으로 하루의 일정을 짜 드리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근처에 보시면 광화문 관광안내소가 있음을 알려드리고 이 곳에 가시면 자세한 일정을 안내사 분들이 도와주실 거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오후 3시 광화문 안내소로 어르신이 방문하셨습니다. 어르신은 지병이 있으셔서 13일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검사를 앞두고 있다고 하시며, 죽기 전 서울 여행을 하기 위해 여러 계획을 세워 왔는데 막상 어디서부터 어떻게 관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티비 프로그램 등을 보며 그때그때 메모를 해왔다는 어르신은 주머니에서 꾸깃한 종이 한 장을 꺼내셨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종이에는 각각 다른 색들로 적힌 관광지의 이름들이 적혀있었는데요. 서울숲, 광장시장, 양재시민의 숲, 이랜드 유람선, 세빛섬 등이 적혀있었습니다. 원래는 오늘 시티투어버스를 타고자 하였는데 그 계획이 취소되어 당장 오늘의 일정부터 같이 짜 드리기로 했습니다.


근처에 있는 덕수궁 돌담길과 청계천, 인사동 일대를 구경하시고 시간적 여유가 되신다면 청계광장에서 버스를 타고 남산서울타워를 가는 일정은 어떠신지 제안해드리고 사진 자료들을 함께 보여드리며 일정을 조절하기 시작하였습니다. 9일에는 집회와 관련하여 광화문 일대가 통행금지가 되기 때문에 될 수 있는 한 이쪽 구역이 아닌 다른 곳을 가는 루트로 추천을 드렸습니다. 꼭 유람선을 타보고 싶다는 말씀에 여의나루에서 이랜드 크루즈를 타는 시간과, 광장시장이나 동대문 시장, 명동 등 어르신이 적어 오신 관광지를 최대한 적용하여 이동거리가 길지 않도록 루트를 짜 드렸습니다. 대부분의 관광지 혹은 박물관이 현재 코로나19로 인하여 운영시간이나 예약 등이 상당히 유동적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사항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혹시 문제가 생기거나 어려움을 겪으실 때는 언제든 다시 안내소를 내방하시거나, 전화를 하실 수 있도록 전화번호도 함께 메모해드렸습니다.


관광객 분은 마지막으로 13일 아침까지 5일동안 묵을 숙소도 알아봐주실 수 있는지 부탁하셨고, 역시 종이에 가고 싶은 숙소를 몇 군데 적어오셨습니다. 그 중에 가장 가까운 곳들의 가격대를 알려드리고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룸 컨디션을 보여드리자 근처에 있는 호텔 한 군데에서 묵고 싶다고 하셨고 직접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게 될 경우에는 예약 취소를 할 경우 수수료가 들기 때문에 마침 근처니 가셔서 결제를 하시고 호텔 느낌도 봐 보시면 어떤지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은 그렇게 하겠다고 하시며 이제야 좀 마음이 편해졌다고 하시며 웃음을 보이셨고 건너편에 있는 호텔로 바로 가보시겠다는 말씀에 함께 나와 횡단보도로 가실 수 있도록 안내를 도왔습니다.


어르신은 너무 고마워서 이름이라도 적어 가야겠다고 하시며 두 손을 꼭 잡으셨고 미국에 사는 동생이 코로나가 진정되면 서울에 오기로 했는데, 다시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꼭 다시 오실 수 있을 거니 걱정하지 마시고 편히 여행 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안내를 마쳤습니다.


약 한시간 후 관광객은 다시 안내소로 전화를 주시어 소개해 준 호텔이 마음에 들어 무사히 예약을 했고 5일이나 묵어서 그런지 창문이 훤히 나 있는 좋은 방에 묵게 되었다고 하시며 고마운 분들을 만나 서울 여행이 기대가 된다고 하는 말씀과 함께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요즘같이 관광객이 사라진 때에 약 1시간에 걸친 긴 안내를 한 건 정말 오랜만이었는데요. 서울의 여러 관광지를 사진으로 보여드릴 때마다 마치 소녀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좋아하시던 관광객의 모습을 보며 저 역시 정말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어르신이 무사히 건강을 회복하셔서 꼭 동생분과 함께 코로나가 종식된 미래에 마스크를 벗고 이 광화문 안내소를 다시 내방하시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