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7일 / 동대문 고정식 안내소 / 정재홍 안내사

 - 한밤중에 항공권을 변경해야만 했던 관광객, 무슨 사연이었을까요?

 5월 7일 야간근무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약 11시 경 홍콩 관광객 한 분이 다급하게 안내소를 내방하셨습니다. 표정이 매우 좋지 않았기 때문에 무슨 일인지 바로 여쭈어보자 급히 귀국을 해야 하는데 항공권 변경을 도와줄 수 있는지 여쭈어보셨습니다. 원래 한국에서 열흘 정도 여행을 계획하여 오늘 새벽에 한국에 도착한 관광객 분은 동대문에 야간 쇼핑이 유명하다는 말에 동대문을 찾았다고 하였습니다. 이제 막 쇼핑을 시작해보려던 순간 방금 전 전화로 가족 중 한 명이 사고로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하며 지금 너무 경황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먹거리셨습니다.

 우선 놀란 상태의 관광객을 진정시켜드리며 여권과 항공기편을 여쭈어보았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연결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여러 번 전화를 시도한 끝에 항공사와 연락이 닿았지만 아쉽게도 당장 내일 출발하는 것이라 그런지 모두 만석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혹시 이코노미가 아닌 다른 좌석도 괜찮으니 가장 빠른 시간대의 잔여 좌석을 알려달라고 말씀드리자 천만 다행으로 내일 아침 편 비즈니스 석의 잔여 좌석이 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관광객에게 통화 내용을 전달해 드리며 통역을 해 드려 예약을 무사히 도와드렸습니다. 예약을 마치고 현재 묵고 계신 호텔을 확인한 후에 공항으로 갈 수 있는 첫 차 시간과 지도를 출력해 드리며 꼼꼼하게 확인을 해드렸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 일 없었던 가족이 갑자기 사고를 당해 위독하다는 연락을, 그것도 국내를 떠나 해외에서 여행하는 도중에 받게 되었으니 얼마나 놀랐을까요. 계속 눈물을 흘리며 사정을 이야기하던 그 여행객의 모습을 보며, 여행을 와서 한창 좋은 것을 보고 즐거워 할 시간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아픔을 겪게 된 마음이 안쓰러워 괜찮을 거라고, 큰 일 아닐 거라고 위로하며 무사히 귀국하시기를 바란다고 다독여 드렸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었고 귀국 변경을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관광 안내소에서 잘 해결해주고 따뜻하게 위로도 해주어 너무 고맙다며, 고국으로 돌아가 꼭 연락하고 싶다고 명함을 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못 다한 여행을 위해 한국에 다시 찾아와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에 기꺼이 저의 명함을 건네 드렸습니다. 눈물을 보이던 다급함이 진정이 되어 환한 미소까지 보여준 여행객의 모습에 하루의 피로가 싸악 풀리는 기분이었답니다.


 관광객님! 별 일 없으시죠? 한국에 다시 오셔서 즐겁게 여행하시길 바랍니다. 제게 연락주시면 길동무가 되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