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31일 / 신사 움직이는 안내소 / 손형준, 박선영 안내사


- 여행 중 다친 관광객의 손발이 되어준 레드엔젤.



오후 2시 30분 경 신사동 가로수길 aland 앞을 지나가던 중이었습니다. 멀리서 일본인 50대 여성 한 분이 급하게 달려와 혹시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지를 물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여쭈어보자 자신의 친구가 근처 카페 앞 계단에서 넘어져서 다쳤는데 일어서질 못한다며 도와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급히 저희가 함께 카페로 달려가자, 다친 관광객 분께서 계단에 앉아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차를 한 잔 마시고 카페를 나오던 중에 앞에 있던 계단을 못 보고 발을 헛디뎠는데, 왼쪽 발목이 심하게 꺾였다고 하였습니다. 혹시 가까운 정형외과까지 걸어가실 수 있는지를 여쭈어보았는데 발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서 걷지를 못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손형준 안내사가 혹시 구급차를 불러드릴까요 라고 말씀드리자 관광객은 자신이 도저히 걷지 못하니 그 편이 좋겠다며 동의하였습니다. 구급차를 기다리며 여행자보험의 가입 유무를 여쭈어보았는데 일본 JCB 카드사에서 제공하고 있는 보험에 가입중이라고 하였습니다. 여행자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 병원을 갈 때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일본어 담당인 저는 보험 적용에 필요한 서류를 알아보기 위하여 직접 여행자보험에 전화를 하였습니다. 치료비가 1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영수주만, 100만원 초과인 경우에는 진단서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호텔과 귀국날짜를 여쭈어보았는데, 내일 오후에 출국이며 명동에 있는 호텔이라고 하며 자신의 숙소에서 가까운 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아쉽게도 명동에는 백병원이 있었으나, 구급차를 부를 경우에는 이 곳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가기 때문에 급한 치료를 끝내고 택시로 이동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10분 정도 뒤에 구급차가 도착하였고, 일본어를 통역해 줄 수 있는 구급 요원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구급차를 타고 관광객과 함께 순천향 병원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이동 도중에는 구급대원의 말에 따라 여권의 소지 여부와 평소 지병이나 복용 중인 약, 알러지 등에 대한 질문을 통역해드렸습니다. 현재 지병은 없지만 혈압약을 복용 중이라는 관광객의 말을 전해드리고 여권은 정보 입력을 위해 병원 카운터에 맡겨 놓겠다는 말을 함께 전달해드렸습니다.




약 3시 경에 순천향병원에 도착 하여 응급실로 가서 담당 의사에게 사고의 경위를 설명하였습니다. 넘어지는 순간에 온몸으로 넘어졌는지, 현재 발가락을 움직일 수 있는지 등의 간단한 문진과 함께 본격적인 검사에 돌입하였습니다. 방사선 때문에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저는 다친 관광객의 친구와 20분 정도 대기 하였습니다. 정형외과 전문의가 검사 결과를 가지고 올 때까지 대기하는 도중, 관광객 분께서는 통증은 심하지 않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너무 불안하다고 하며 혹시 입원이나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본국으로 돌아가서 하고 싶으니 간단한 처리만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하였습니다.




상태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습니다. 관광객의 왼쪽 발목 양 복사뼈와 뒷부분의 뼈가 다 부러져 있었으며 이어져 있어야 하는 뼈들이 빠져있는 심각한 상태라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전달하자 관광객의 표정이 눈에 띄게 안 좋아졌습니다. 일본에서 수술을 받고 싶어 한다는 관광객의 말을 전하며, 지금 당장 수술을 해야만 하는지 내일 출국인데 괜찮은지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일주일 안으로만 수술을 진행하면 되니 일본에서 수술을 해도 되지만 늦어지면 걷는 데 지장이 생길 수도 있으니 바로 일본으로 돌아가 수술을 해야 한다고 당부하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응급조치로 뼈를 맞추고 깁스만 하는 걸로 결정을 하였으나 발목이 자꾸 빠져 엑스레이 검사를 한 번 더 진행하였습니다. 엑스레이 검사 후 깁스를 하고 나서 발이 절대 땅에 닿지 않고록 하고 냉찜질을 계속 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전하였습니다. 총 비용이 약 132만원 정도가 청구되었는데, 보험을 위한 진단서를 요구하자 응급실에서는 진단서가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JBC 카드사에 이와 같은 사실을 전화하고 영문 영수증으로 대체 하여 봉투와 함께 받았습니다.




함께 수납 후 처방된 약을 받으러 가서 마지막으로 각 약에 대한 설명과 복용 방법 등을 말씀드리고 혹시 몰라 메모를 적어드렸습니다. 순천향 병원 앞에서 직접 택시를 잡아드리면서 내일 호텔에서 인천공항까지의 대략적인 택시 비용 및 소요시간도 함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관광객은 몇 번이나 저의 손을 꼭 잡으면서 오늘 하루종일 너무 불안했는데 이렇게 친절하게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택시를 타고 떠났습니다.



긴급한 상황 속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고 최대한 관광객에게 도움이 되고자 긴 시간을 보냈던 하루였는데, 안심하고 택시를 타고 떠나는 관광객의 뒷모습을 보자 저 역시 긴장이 풀리며 피로감이 밀려왔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전문 용어들과, 긴박함이 오가는 응급실에서 평정심을 잃을 뻔 할때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타지에서 다친 관광객의 마음이 얼마나 불안할까를 떠올리며 나라도 도움이 되고자 했던 진심이 관광객에게 통한 것 같아 뿌듯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