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8일 / 홍대 움직이는 안내소 / 유다혜, 이경실 안내사


홍대에서 일어난 외국인들의 싸움, 어떻게 해야 할까요 ?




홍대 mcm 앞에서 근무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반대편에서 외국인 남성 세분과 여성 한분이 싸우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남성 세분이 여성 한 분을 강하게 붙잡고 있었고, 여성 분은 거칠게 저항을 하고 있었습니다. 남성분들의 덩치가 상당히 좋고 외국분들이었기 때문에 지나가는 시민분들도 바라보기만 할 뿐 누구 하나 선뜻 나설 수가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저와 파트너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였습니다. 무슨 일인지 몰랐기 때문에 우리가 도움을 드리는 게 맞는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여성분께서 서툰 한국말로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나 한국 사람이에요.” 라고 저희를 향해 외치셨습니다. 파트너에게 경찰에 신고를 하라고 말씀드리고, 저는 관광객에게 천천히 다가갔습니다. 경찰이 곧 도착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경찰이 오기 전까지는 괜히 상황을 악화시키면 안되겠다는 생각과 저 분들을 격리시켜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여성분께서 너무 겁에 질리고 흥분상태였기 때문에 여성분 시야에서 남성분들이 안보이게 저희가 등으로 막은 후에 개입을 하였습니다.


  영어로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당신을 지켜 줄 거고 경찰이 지금 오고 있으니 진정하고 상황을 설명해주세요.” 라고 파트너가 최대한 안정을 주며 설명하였고 이미 홍대 주변에 다른 시민분들의 도움으로 남성분들 역시 진압이 된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여성분이 한국말이 가능하셨기 때문에 저와 대화를 진행했고, 영어 파트너가 남성분들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기로 하였습니다.  5분여정도 지났을까 경찰 분들이 오셔서 저희가 통역한 부분을 토대로 사실을 전달 하였고 함께 경찰서에 가시길 원하여 동행 안내를 요청하셨습니다.



 누구 하나의 편을 들기가 어려울 정도로 양 쪽의 대립이 팽팽했습니다. 잘못된 통역으로 누군가가 억울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최대한 도움을 드리고자 집중해서 통역을 객관적으로 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서로 작은 오해에서 시작된 일이었고, 진술을 주고 받은 후에 경찰 측에서 혹시 처벌을 서로 원하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하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아 둘 다 처벌을 원한다고 양보없는 상태가 지속되었고 경찰서에서 좀 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여겨 그 곳에 남기로 하였습니다. 저와 파트너는 신고자이자 목격자의 신분으로 휴대폰 번호를 적은 후에 경찰서를 빠져나왔습니다.



 관광객 분들은 대립하는 와중에도 늦은 시간까지 통역을 도와준 저희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였습니다. 모쪼록 일이 잘 풀리기를 바란다고 말씀드리며 경찰서를 나왔지만, 마음 한 켠이 무거웠습니다. 이 곳에서 근무 하면서 많은 사건과 사고를 목격 했지만 이렇게 폭력이 연루된 사건은 처음 겪어보았기 때문에 도와드릴 때 상당히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빨간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면 저도 지나가는 시민 중 한 명이 되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희에게 간절한 도움을 청하는 관광객과 저희를 따라서 상황 진압을 도와주시던 시민들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이 옷이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지나가는 몇몇 시민분들이 난처한 얼굴로 저희를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것 역시 도움의 눈빛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길을 안내하고 관광객과 시민의 편의를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시민들의 대표가 되어 여러 문제가 생겼을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구나 라는 것을 느끼며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갖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