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11일 / 삼청로 고정식 안내소 / 김보배 안내사



- 관광객과 상점주인의 이해관계 대립,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오후 4시경 한가로운 삼청로 안내소에 작은 소란이 있었습니다. 근처 삼청파출소에서 경찰 분 두 분이 오셔서 파출소에 문제가 발생했는데 혹시 중국어 통역이 가능한지를 여쭈어보았습니다. 파트너 분께 안내소를 맡기고 급히 경찰 분과 동행하여 파출소로 향했습니다. 파출소에 도착했을 때는 중국인 관광객 3분과, 한국인으로 보이는 1분, 그리고 경찰 분들이 계셨는데 모두 표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였습니다.



 상황을 여쭈어보니 한복 대여점 사장님과 중국인 관광객 3분이 한복대여 가격 문제로 싸움이 벌어져 파출소까지 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중국인 가족으로 구성된 3분의 관광객은 가게에 들어와 한복을 입어보고 머리 장식을 받았는데, 한복을 다 입고 나니 마음에 들지 않아 대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입은 순간부터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하였으며, 관광객이 머리 장식 값 정도는 낼 수 있으나 그 이상은 입고 밖에 나가거나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공정하다며 낼 수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장님은 가게에 들어와서 한복을 다 입어보았고 머리장식을 했으니 1인당 1시간의 대여 비용인 10,000원으로 총 30,000원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관광객 분들은 이런 것은 도리에 맞지 않고 외국인이라 바가지를 쓰는 것 같다고 말하였습니다. 특히 관광객의 가족 모두가 화가 나서 상황을 저에게 설명하시며 억울하다고 계속 하소연을 하였습니다. 통역을 하는 중간에도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하였지만, 통역을 할수록 관광객과 사장님의 의견 차이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점점 심한 말이 오고 가게 되었고 최대한 순화하여 통역을 해드리며 중재해보고자 하였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장님은 계속 한 시간 대여한 값을 다 받겠다며 가게 앞에 공지로도 써져 있는데 왜 돈을 주지 않는 것이냐고 화를 내었고, 관광객들은 한국에 좋은 마음으로 여행을 왔는데 마음이 다 상하였다며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무례한 줄 몰랐다며 언성을 높이셨습니다. 그 누구의 편도 들어줄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오고갔습니다. 경찰 분들께서는 사장님을 설득시키기 시작하였고, 저 역시 관광객 분들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드리고 공감해드리면서 화가 누그러지기를 기다렸습니다. 격분했던 관광객 분들이 다행히 조금 진정되자, 자신들의 입장을 잘 헤아려주길 바란다며 사정하였고 가격 부분에서 합의점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절대로 돈을 낼 수 없다는 관광객과 꼭 돈을 받아야 한다는 사장님. 의견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안내사들은 어떤 선택을 하였을까요? 저는 일단 옷을 다 입고 돌아다닌 것은 아니지만 세 분이 시착을 하고 머리를 꾸미면서 다른 관광객들이 피팅룸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여러 가지 시간 지체가 된 상황들을 설명해드리며 이런 부분에 대해 사장님께서는 영업에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전부를 낼 수는 없어도,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머리를 꾸민 비용 정도를 지불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을 드렸고 관광객 분들은 자신들이 어찌되었든 머리 장식을 한 것은 맞고 시간이 조금 지체된 것을 인정하며 그렇다면 반값인 15,000원을 지불하겠다고 답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장님께서는 파출소에서 돈을 받지 않고 가게로 가서 돈을 받고 해결하겠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관광객은 돈을 지불하겠다는데도 왜 가게로 가야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면서 사장님이 보복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하였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여기서 반값의 돈을 지불하고 헤어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관광객들을 안심시켜드리며 경찰분들이 동행하여 지켜줄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가서 돈을 지불하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사장님과 경찰차에 탄 관광객들은 가게로 이동하였으며 상황은 이렇게 일단락되었습니다. 관광객들은 파출소를 나가면서 긴 시간 통역을 도와준 저에게 감사의 인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일이 잘 해결된 것 같다면서, 비로소 웃음을 보이는 관광객을 보자 저 역시 한 시름 놓는 기분이었습니다.



 삼청로에 와서 처음으로 동행해본 파출소 안내였습니다만, 늘 객관적인 시선으로 통역해야 하는 안내사의 고충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사람인지라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눈물을 글썽거리는 관광객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사장님께서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이런 분들을 볼 텐데 이런 규제가 생기기까지 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해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니 누구의 편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괜히 섣불리 제가 한쪽 편을 들었을 때 발생할 여러 문제들을 생각하니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에 와서 서로 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결국 좋지 않은 일을 맞게 된 관광객을 보니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로 인하여 잘 해결이 되어 다행이라며 손을 꼭 잡으면서 고맙다고 말해주시는 관광객을 보자, 앞으로도 말이 통하지 않는 한국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관광객들의 눈과, 귀와 입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인 시선도 안내사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안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