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23일 / 신사동 움직이는 안내소 /  박선영, 손형준 안내사



- 갑작스런 공황장애, 따뜻한 온기가 큰 위안으로...





 10월 23일 오후 4시경 신사동 가로수길 내 타미 힐피거를 지나가던 중이었습니다. 40대 내국인 여성 한 분이 식은땀을 흘리면서 가까운 약국과 병원을 찾았습니다. 증상을 간단히 여쭈어보았는데 반복하여 어지럽고 토할 것 같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근처에 마침 가까운 약국이 있었기에 한 번 약국에 가보시는 것을 권유드리던 도중 관광객 분이 약국 말고 혹시 정신의학과를 알려줄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물어보셨습니다. 검색을 통해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정신의학과를 지도에 위치를 표기하여 안내를 해드렸습니다. 그러나 말을 하는 도중에도 관광객 분이 심하게 휘청거리시고 눈을 질끈 감으시는 등, 상당히 불안정한 자세가 지속되었습니다.



  괜찮으세요? 라고 여쭈어보자 관광객 분께서는 사실 본인이 지금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공황 장애가 온 것 같다며 현기증이 너무 심하여 병원을 같이 가 줄 수 있는지 요청하였습니다. 저의 손을 꼭 잡으시는 관광객의 간곡한 요청에 알겠다고 대답을 끄덕이는데, 관광객 분의 상태가 점점 좋지 않아졌습니다. 병원까지도 도저히 갈 수 없겠다고 하시며 혹시 가까운 경찰서나 사람이 많이 없는 쉴 수 있는 곳을 찾으셨습니다. 잘 서 계실 수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일단 다급하게 건물 옆 계단에 지도 한 장을 꺼내어 깔고 관광객을 앉혔습니다.



 많이 어지러워 하시는 관광객 분에게 주위의 음악소리는 괜찮으신지, 경찰서가 병원보다 떨어져 있는데 경찰관이나 구급차를 불러 드리는 것이 어떻겠는지 여쭈어 보았습니다. 소리는 많이 시끄럽지 않아서 참을 수 있고 경찰이나 구급차 까지는 부르지 않아도 된다고 겨우 말을 이어가시는 관광객의 대답에 혹시 연락이 가능한 가족분들이 있는지를 재차 여쭈어보았습니다. 그러나 관광객의 휴대폰이 배터리가 나가 꺼져버린 상태였고, 정신이 없는 상태라 가족의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하였습니다.




 저는 불안해하는 관광객의 손을 계속 잡아드리고 말을 건넸습니다. 손형준 안내사가 그동안 빠르게 사람이 없는 휴식 가능한 곳을 실내근무 중인 팀원들에게 전화하여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공황 장애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섣불리 행동하면 혹시나 관광객 분을 더 혼란스럽게 할까봐 차근차근 이럴 때에 어떻게 대처를 하셨는지, 증상이 어느 정도 지속이 되는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등 대화를 시도하였습니다. 관광객은 여전히 저의 손을 꼭 잡으며 평소에는 근처 병원에 가거나 경찰서로 갔는데 지금처럼 주위에 마땅한 곳이 없었던 적이 처음이며 증상은 보통 1시간 정도 지속되며 저희를 만나기 5분 정도부터 점점 심해졌다고 하셨습니다.




 검색과 전화로 알게 된 곳들이 전부 현재 우리가 위치한 곳에서는 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2-3분 거리에 있는 신사동 주민센터를 이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여전히 많이 불안해하시며 극도로 떨고 있는 관광객분의 팔을 부축해드리며 천천히 주민센터로 걸어갔습니다. 혹여나 걸음이 빠르거나 어지러우시면 꼭 말씀을 해달라는 당부와 함께 천천히 이동을 하자 관광객 분도 아까보다는 안정을 찾은 듯 하였습니다.

 주민센터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전체적인 시설 설명과 함께 쉴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엘리베이터 층수를 눌러드렸습니다. 관광객 분께서는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저의 손을 꼭 잡으며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무사히 도착하는 것을 보고야 비로소 안내를 마치고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근무를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사실 관광객 분이 저에게 다가왔을 때 당황스럽고 놀랐던 것이 사실입니다.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 혹여나 나로 인하여 더 악화되면 안될텐데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제 손을 꼭 잡은 관광객을 보자 나까지 걱정을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며 관광객을 안정시키는 것에 최선을 다하였는데, 그 결과 관광객이 조금이나마 안정을 찾을 수 있었고 무사히 쉴 곳을 찾아드리게 되어 무엇보다도 다행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밖에서 근무하다보면 다양한 상황에 맞닥뜨리는 순간이 많을 것입니다. 늘 관광객의 편에서 그들을 이해하며 대처를 할 수 있도록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안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