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4일 / 시민청 안내소 / 이정은 안내사


 -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흔적을 따라 서울에 오신 일본인 관광객의 이야기



 10월 4일 오후 1시경의 일입니다. 일본인 남성 한 분이 안내소를 방문하셨습니다. 조금 곤란해 하는 표정을 지으며 민폐라고 생각되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찾고 싶어서 안내소까지 발걸음을 하셨다는 말을 시작하신 관광객은 자신의 할아버지가 이 곳에서 약 60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그 곳을 찾고 있다 하셨습니다. 관광객이 내민 지도는 옛날 지도였기 때문에 잘 알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관광객은 추가로 이 지역의 이름이 예전에는 ‘초음정’ 이라는 지역이었으며 초음정 202 구역의 자리를 알고 싶어서 중구청에 먼저 문의를 해보았으나 정확한 답변을 받지 못하여 시청까지 찾아온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가능하다면 50년 전에 이 구역의 옛지도를 구매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초음정이라는 지역이 낯설어 우선 양해를 구하고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자 현재의 ‘오장동’ 지역의 일제강점기 명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종로와 중구 근처 지도 구매처를 검색하여 전화를 걸어보았으나 50년전의 옛지도를 파는 곳은 안타깝게도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게에 혹시 어디서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부탁을 드렸는데, 국토지리 정보원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국토지리 정보원 홈페이지를 검색하여 지도 서비스 카테고리를 찾아 광복 이전에 지도를 프린트해보았지만, 행정 구역에 지도는 프린트가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옆 안내사 팀원들의 양해를 구하고 서울 도서관 3층의 서울 자료실로 동행안내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3층 서울 자료실에는 서울에 관련한 방대한 자료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 이곳이라면? 하는 마음으로 들린 것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관광객 분이 원하는 광복 이전의 행정구역 지도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관광객 분이 마저 지도를 보시고 다시 안내소로 내려오셔서 혹시 도자기를 만든 장인의 사인과 가마를 알 수 있는 책들을 구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이천 도자기 박물관으로 전화를 하여 문의한 결과 한국의 도자기 100선이라는 책에서 본 적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아쉽게도 이 책은 2001년 세계 도자기 엑스포 조직위원회에서 발행한 책자라 현재는 구입이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다시 한 번 검색하여 현재 구매는 불가능하지만 서울도서관과 남산도서관 두 군데에 비치가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혹시 대화가 통하지 않을까봐 메모에 책 이름을 한 번 더 적어드리고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길 시를 대비하여 안내소 전화번호를 남겨드렸습니다.





 관광객분은 사실 서울에 와서도 찾을 방법이 막막하여 포기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더 큰 목적을 달성했다고 좋아하시며 오랜 시간동안 찾아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도 이번 안내는 굉장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무려 60년 전에 행정 구역 지도를 찾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도서관에서 지도를 발견하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아하시던 관광객 분의 얼굴을 보니 뿌듯하고 보람 있었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찾으려고 한 저의 작은 정성이 관광객 분에게도 큰 도움이 되어 무엇보다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