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의 가방을 찾기 위한 고정식, 움직이는 안내소의 연합


2019년 5월 2일 / 북촌 움직이는 안내소 / 강기훈, 호연정 안내사



  5월 2일 오후 2시경 재동 초등학교 앞에서 근무를 하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일본인 관광객 두 분이 걱정스런 얼굴로 저희를 찾아오셨습니다. 무슨 일인지 여쭈어보자 혹시 이런 것도 도와줄 수 있냐면서 조심스럽게 택시에 가방을 두고 내린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다행히 택시 영수증을 갖고 계셨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택시회사로 전화를 걸어 운전한 기사분과의 연결을 부탁드렸는데, 곧 전화를 주겠다는 콜센터의 말을 전달해드리고 기다리는 동안 북촌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해드렸습니다. 차에 두고 내린 것이 확실하다면 기사분을 바로 찾았기 때문에 가방을 찾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켜드리자 관광객 분들은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잠시 후 택시 기사 분의 전화를 받은 저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북촌에서 두 분이 내리고 난 후 곧바로 낙원상가 근처에서 다른 관광객을 태우고 명동에 있는 세종호텔로 향한 후였는데, 분실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뒷 좌석을 확인해 보았지만 가방이 없다는 답변이었습니다. 혹시나 하여 차량 내 블랙박스를 봐주실 수 있는지 여쭈어보았는데, 블랙박스로는 뒷좌석은 보이지 않고 앞좌석의 얼굴 정도만 보인다고 하였습니다. 택시 기사분은 만일 가방을 두고 내린 것이 확실하다면 방금 내린 관광객들이 착각해서 들고 내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씀하시며 세종호텔에 내린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았으니 그 쪽으로 한 번 전화를 해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세종호텔에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 혹시 지금 방금 체크인을 한 일본인 3분과 연결이 가능한지 여쭈어보았지만 방금 들어오신 세분이 없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습니다. 아마도 곧장 호텔을 가지 않고 명동에 쇼핑을 하러 가신 듯 하였습니다. 혹시라도 전화를 끊은 뒤에 분실물을 습득하신 분이 계신다면 꼭 전화를 부탁드린다는 말과 함께  저의 전화번호를 남겼습니다.


  쉽게 찾을 수 있을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점점 지체되는 시간 속에 관광객 분들은 울상이 되었습니다. 최대한 노력해보겠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관광객 분들은 저에게 그 가방 안에는 한국에서 빌린 포켓 와이파이가 들어있다는 말씀과 함께 혹시 이걸로 찾을 수 있는지, 분실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를 물어보셨습니다. 곧바로 와이파이 렌탈 계약서를 확인하여 고객센터에 전화를 한 후 이와같은 상황을 전달드렸습니다. 와이파이로 위치 추적이 가능한지에 대해 여쭈어보았지만, 아쉽게도 위치추적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으며 만일 분실한 것이라며 오늘까지의 사용료와 분실에 따른 위약금 약 15만원을 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로 전달해드렸습니다.



  절망적인 관광객의 표정을 보자 저또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혹시 몰라 택시에서 두고 내린 것이 아니라 여기까지 오는 길에 잃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는 말씀과 함께 택시에서 내려서 여기까지 걸어온 길을 다시 한 번 보시겠다며 가방을 맡아달라고 하셨습니다. 5분 후 다시 저를 찾아온 관광객의 손에 가방이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였지만 아쉽게도 가방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보기로 한 저는 우선 cctv 확인이라도 해보자고 제안을 하였고 이를 위해 경찰의 도움이 필요하여 파출소로 안내를 해드리기로 하였습니다. 호텔의 연락 혹은 근처에서 저희가 습득 시에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고 line 아이디를 교환하였습니다. 파출소 안내와 함께 삼청로 고정식 안내소에 일본어 담당 안내사가 출근한 것을 확인하고 이와같은 상황을 전달드린 후에 동행 안내를 요청하였습니다.



  근무 복귀 시간이 훨씬 지났지만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아 사무실로 복귀하자마자 사복을 입은 후 그 분들이 내리신 곳 근처의 상점을 다니며 분실물을 다시 확인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반가운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정희란 안내사로부터 가방을 찾았다는 연락이 온 것인데요. 한 걸음에 그곳으로 달려가자 택시가 내린 곳 근처 상점 앞에 떨어진 가방을 사장님이 주워 놓으셨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정희란 안내사가 삼청로 안내소로 전화하였고 이와 같은 사실을 전달하였습니다.



  때마침 경찰차 한 대가 앞쪽에 지나가고 있었는데 혹시나 하여 안을 들여다보니 그 관광객 분들이 탑승해 있었습니다. 바로 뛰어가 경찰차를 세우고 관광객 분들게 가방을 찾았다는 소식을 알려드리자 손을 꼭 잡으시며 기뻐하셨습니다. 마침 관광객 분들도 경찰과 함께 다시 한 번 택시 내린 곳 근처 상점 cctv를 확인하러 오시는 길이었다고 하였습니다.


  매우 기뻐하시며 그제야 환하게 웃는 관광객들을 보니 무거웠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저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습니다. 가방을 무사히 습득해주신 가게 사장님과 관광객 분들은 함께 사진을 찍고 삼청로 안내소에도 협조 요청에 감사 인사를 전달하였습니다.



  함께 근무한 강기훈 안내사와, 많은 도움을 주신 정희란 안내사. 그리고 상점의 사장님과 삼청로 안내소 및 파출소 등 여러 사람의 협력이 찾아낸 뜻깊은 사건이었다. 관광객 분들 역시 이렇게 찾게 될 줄은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큰 도움을 받아서 너무나 기쁘다고 하시며 다음 한국 여행을 오게 되면 또 꼭 이곳을 찾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실 스스로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걱정이 되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타지에서 가방을 잃어버리고 당황스러워하며 하루 여행의 일정을 포기한 채 가방을 찾기 위해 막막해하시는 관광객들을 보니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기뻐하는 관광객을 보니 마음 한 켠이 뜨거워졌습니다. 저와 다른 분들의 작은 호의들이 모여서 관광객에게 큰 선물이 된 것 같아 무엇보다도 기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