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에서 만난 주인을 잃은 유기견, 안내사가 보여준 따뜻한 사랑.

2019년 6월 18일 / 신촌 움직이는 안내소 / 박병제 안내사





  따사로운 햇볕이 한여름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려주던 6월 18일의 일입니다. 임연진, 강송희 안내사가 오전 11시경 이대역 앞에서 근무를 하고 있던 도중 길을 잃은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하였습니다.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강아지는 이대 역 부근의 도로를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차가 계속 지나가는 터라 매우 위험해 보였습니다. 몇몇 이대 학생들이 지나가다가 강아지가 다치지 않게 인도 쪽으로 데려왔지만, 강아지는 자꾸만 도로로 향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학생 한 분이 강아지가 걱정이 되었는지 안아 들어서 보호 하고 있다가 학교에 가야할 시간이 되어 근처에 있는 안내사에게 강아지 보호를 부탁하였습니다.



  그러나 안내사 역시 계속해서 그 곳에 서 있을 수만은 없었고 관광객을 안내해야 하기 때문에 강아지를 마냥 데리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두 안내사는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저에게 전화를 걸어 이와 같은 상황을 전달하였습니다. 길거리에 두기에는 강아지가 자꾸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하며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임시 보호차 강아지를 안아 들고 신촌 안내소로 돌아왔습니다.



  실내에서 대기 중이던 다른 안내사 파트너들과 신촌 고정식 안내소 안내사 분들께서 불안한 강아지를 위로해주며 급한 대로 물과 간식 등을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불안해 보이던 강아지도 곧 안정을 느끼며 얌전해졌습니다. 근무가 끝날 때까지 혹시 주변에서 강아지를 잃어버린 사람이 있지는 않은지 평소보다 더 주위를 경계하며 근무를 함과 동시에 각 팀원들은 대기 시간을 활용하여 주변 상가의 상인과 주민분들에게 수소문을 하고, 인근 관할 지구대와 동물병원, 각종 유기견 관련 사이트에 사진을 찍어 문의하였습니다. 그렇지만 11시에 데리고 온 강아지는 저희가 일을 마칠 때까지 주인의 연락이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119 쪽으로 전화를 하여 길을 잃은 강아지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움을 요청하였지만, 119 쪽에서는 유기견 임시보호소로 이동 후에 10일 동안 주인을 찾지 못하거나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 시킨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이에 저는 이대로 주인을 못찾으면 어떡하나 라는 걱정과 함께 근처 동물병원에서 급한 대로 케이스를 구매하여 자택으로 임시 보호를 위하여 강아지를 데리고 갔습니다.



  우선 서대문 관할에 정식으로 유기견 임시 보호서를 작성한 후에 본격적으로 종합 유기견보호센터, 포인핸드, 강아지사랑모임 네이버카페, 마포구,서대문구 지역커뮤니티, 이화여대 커뮤니티 등에 유기견을 보호하고 있다는 글을 올리고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또한 이전에 강아지를 구조해달라는 요청으로 인연이 닿았던 유기견 관련 종사자 분에게 연락을 드려 상황을 전달하자, 흔쾌히 도움을 주시겠다고 하였습니다.



  임시 보호라고는 하지만 강아지를 키워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그래도 주인을 찾기까지 편안하게 있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주인을 잃고 길거리를 떠돌아다녔을 강아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아 아주 잠시 동안의 임시보호만이라도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나 유기 생활 도중에 어디 다친 것은 아닌지, 건강 상태는 괜찮은지를 먼저 알아야 추후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을 시에 입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였고 사비로 동물병원에 가서 건강 검진을 비롯하여 며칠간 지내면서 먹을 사료와 간식까지 구매를 하였습니다. 강아지 관련한 물건이나 병원비가 이렇게 비쌀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반려견을 키우는 것에 있어서 책임감 못지 않게 경제력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행히 문제가 없다는 수의사의 소견을 듣고 한시름 놓았지만, 애석하게도 3일이 지나도록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강아지가 발견된 근처에서 강아지가 쓰던 것으로 추정되는 케이스와 물건 등이 발견되었고, 유기견 전문가께서는 의도적으로 강아지를 버리고 간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이 계속되었지만,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강아지를 오랜 시간 혼자 두어야 하는 제가 이 강아지를 입양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랐기 때문에 2차 임시보호처를 찾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처음 발견하여 안내사에게 강아지를 맡겼던 이대 학생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2차 임시보호를 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만일 기간동안 주인을 찾지 못하게 된다면 본인이 평생 반려견으로 입양하여 함께 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저는 신촌 관광안내소에서 학생분과 가족에게 강아지를 부탁드렸습니다.



 이번 사건은 어쩌면 관광안내사라는 직업과는 조금 거리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관광객이 난처한 상황에서 도움을 주고 안내를 하는 것이 저희의 주된 업무입니다만, 이번처럼 눈 앞에서 주인을 잃고 불안해하는 강아지의 새 입양처를 구해주며 참 보람찬 일임을 느꼈습니다. 또한, 처음 저희에게 강아지를 맡겼던 학생 분도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주며 임시보호를 해주고 계실 줄은 몰랐다고 하시며 몇 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전해주셨습니다. 새로운 입양인의 품에서 저를 바라보고 있는 강아지를 보자 며칠 새에 정이 들었는지 괜히 울컥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였지만, 앞으로는 주인과 이별하는 일 없이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라며 안내를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