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0일 / 명동 움직이는 안내소 / 이윤우 안내사


 길을 잃은 관광객을 찾기 위한 명동팀의 비상 작전.



  오후 5시 30분경의 일입니다. 명동역 부근에서 근무하던 도중 중국인 남녀 두 분이 급하게 저희에게 다가왔습니다. 불안한 표정의 관광객은 저희에게 일행을 잃어버렸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오셨습니다. 일단 관광객분을 진정시킨 후 저희가 함께 찾아드리겠다고 말씀을 드리며 인상착의를 여쭈어보았습니다. 관광객은 자신의 스마트폰 속 70대 남성분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와 같은 복장을 착용하고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사라진 노인 분은 두 분이 담당하고 있는 단체 관광객 중 한 명으로 약속된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집합 장소에 나타나지 않아 직접 나서서 노인을 찾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노인 분은 휴대 전화를 소지하지 않고 있어서 연락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저와 파트너는 우선 직접 돌아다니며 찾는 방법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여 나누어서 찾아보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명동 팀 단체 메신저방에 노인 분의 사진과 인상착의 등을 공유하여 서로 동선을 나누어 최대한 효율적으로 찾기 위해 의논을 하였습니다. 명동 예술극장 앞에서 근무하고 있는 2명의 안내사를 제외하고 근무중인 나머지 팀원들이 각자의 동선을 돌아다니며 노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상인분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본 적이 있는지를 여쭈어보았고, 호텔 로비 등에 가서도 여쭈어보았습니다. 또한 근처 관광 경찰과 파출소에도 사진과 연락처를 남기고 혹시 발견하게 되면 연락해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한시간 정도 시간이 흐르고 이미 근무 시간을 40분 이상 초과한 시간이었으나, 초조해 하는 관광객을 보니 차마 복귀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법 선선한 가을 날씨였지만, 한시간을 넘게 명동을 뛰어다니다 보니 땀이 날 정도였지만 그것보다도 꼭 노인분을 찾아드리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하였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사관 앞에서 근무하시는 경찰분에게 사진을 보여드렸는데, 할아버지께서 약 5분 전에 노인 분이 공중전화 위치를 물어보아서 을지로 입구역쪽으로 안내해드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말에 황급히 을지로 입구역으로 뛰어갔습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공중전화 부스를 찾아보았지만 노인 분의 모습은 안타깝게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쉬움과 허탈함 속에 명동 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도중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노인 분을 발견하였습니다. 남자 가이드 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도대체 어디 가셨냐며 할아버지에게 속상함을 토로하였습니다. 노인 분은 이런 가이드의 마음을 모르는지 해맑은 미소와 함께 저희의 손을 꼭 잡으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였습니다. 여자 가이드 분도 뒤늦게 소식을 듣고 오셔서는 저희에게 음료수와 함께 연신 너무 고생을 하여서 미안하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낯선 타국에서 홀로 길을 잃고 당황하셨을 노인 분을 찾기 위해 명동팀 전원이 하나가 되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루어 진 것 같아 굉장히 뿌듯하였습니다. 사실 명동에서 근무하다 보면 적지 않은 확률로 일행과 떨어졌다는 문의를 많이 받게 됩니다. 이럴 때마다 관광객을 위해 빨간 모자를 휘날리며 명동 골목골목을 뛰어다니는 레드 엔젤의 보이지 않는 열정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