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9일 / 신사 움직이는 안내소 / 김보민 안내사



- 예약한 게스트하우스가 사라졌다? 어느 관광객의 이야기




 12월 29일 오후 5시 30분 경의 일입니다. 가로수길 입구에서 근무하는 도중 중국인으로 보이는 30대 부부가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며 도와드릴 게 있는지 여쭈어보았는데, 여성분이 머뭇거리며 다가와서 핸드폰을 보여주었습니다.



  내용인 즉, 중국에서 호텔 플랫폼 사이트를 통하여 한국 신사에 있는 ㅇㅇㅇ게스트하우스로 예약을 했는데, 그 곳을 찾을 수 없다는 사연이었습니다. 위치를 알면 쉽게 찾을 수 있었기 때문에 주소를 여쭈어 보았는데 관광객은 이미 그 곳을 다녀왔다고 하였습니다. 29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한화 24만원 선결제를 한 후 그 주소로 방금 다녀왔는데 인기척도 없고 문이 닫혀있었다는 관광객의 말에 혹시 얼마나 기다리셨는지 여쭈어보자 꽤 긴 시간 앞에서 기다렸다고 하였습니다.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지만 한국번호라 대신 전화를 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문의하셨습니다.




 저는 휴대폰에 써져 있는 관리인 번호와 주소를 받은 후 통화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2번의 시도 끝에 통화연결이 되었지만, 혹시 ㅇㅇㅇ게스트하우스의 관리인이 맞으신지 여쭈어보았는데 전화를 잘 못 걸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전화번호를 잘못 기입하신 건 아닐까 하여 직접 호텔 플랫폼 사이트에 접속하여 게스트하우스의 전화번호를 다시 한 번 확인하였으나, 전화번호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끼고 관광객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통역해 주었는데, 관광객 분도 알겠다고 하시며 근심어린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아 제가 먼저 그 분들에게 혹시 더 도와드릴 일이 있다면 말씀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관광객은 민폐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호텔 플랫폼 사이트의 한국 고객센터 대표 번호를 알려주며 혹시 이 곳에 전화를 하여 어떤 상황인지를 알 수 있는지 여쭈어보셨습니다. 1차로 고객센터로 전화를 하였지만 예약한 본인이 아니라 안내가 제한되어 관광객에게 예약자 본인이 아니라 통화 제한이 있다고 말씀드린 후 고객센터에 중국어가 가능한 상담원이 있으니 직접 통화를 해 볼 것을 권유하였습니다.



 관광객이 전화를 하는 사이, 근처 파출소에 전화를 하여 관광안내사임을 밝히고 현 상황을 설명해드렸습니다. 주소나 상호 명으로 관리자나 집주인의 신원조회가 가능한지를 여쭈어보자 경찰분들은 현재 저희의 위치를 묻고 곧 출동하겠다고 했습니다. 곧 경찰이 저희를 찾아왔고 다시 한 번 상황을 물어보시고는 관광객에게 여러 질문을 하였습니다. 상호명과 주소 등으로 다시 한 번 검색을 해보았는데, 경찰의 말로는 검색 자체가 되지 않고 아파트를 게스트하우스처럼 꾸며서 하는 경우는 대부분 불법인 경우가 많아서 이번 사건 역시 불법 게스트하우스로 인한 피해를 보신 것 같다는 말씀을 하였습니다.




 다른 경찰분이 호텔 고객센터로 다시 전화연결을 해서 말씀을 나누었지만 역시나 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통화의 많은 제한이 있어 보였습니다. 경찰 분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추운 날씨에 많이 힘들어하는 관광객 분에게 핫팩을 쥐어 주며 안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드렸습니다. 조금 후에 호텔 고객센터에서 전화가 왔고, 무려 4번이나 전화를 한 끝에 고객센터에서는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 곳은 호텔 플랫폼 사이트라 여기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부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다소 무책임한 대답을 받고 관광객도 저도 기운이 빠졌습니다. 실례인 줄은 알지만 혹시 환불을 요청한 게스트 하우스의 숙박비를 받을 수 있는지를 여쭈어 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당장 오늘부터 숙박을 해야 하는데, 고객센터에서 이 부분까지는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말하였기 때문에 저와 파트너가 급한 대로 주변 게스트 하우스나 호텔을 전화하여 급하게 빈 객실이 있는지를 확인하였습니다. 근처 호텔 중에서 관광객이 생각하시는 가격 대와 룸 컨디션이 좋은 일반 관광호텔을 몇 군데 서치하였고, 방 사진을 보여주며 관광객에게 이 곳은 어떠신지 여쭈어보았습니다. 다행히 ‘하이랜드 호텔’ 이라는 곳이 저희가 요구하는 상황과 가장 비슷하여 이 곳으로 전화를 해 빈 객실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예약을 도와드렸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밖에서 마음고생 하셨을 관광객에게 다시 한 번 위로의 말씀을 건넸습니다. 중국인 관광객은 오히려 저희에게 도와줘서 너무 고맙다고 하시며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고 요청하였습니다. 약 1시간 30분 동안의 긴 시간동안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손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그래도 관광객 분의 난감한 상황을 해결해 드릴 수 있어서 참 뿌듯했습니다.




 최근 관광 형태가 변화하면서 숙박 공유 플랫폼 등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방을 구할 수 있으니 참으로 편리합니다. 저 역시 해외 여행을 다니면서 게스트하우스나 숙박 공유 플랫폼 등을 이용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이 유행을 하면서 불법으로 운영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문제점 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불법 영업으로 피해를 보신 분들에 대한 사례를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아무 것도 모른 채 체크인을 하러 갔다가 문을 닫은 게스트하우스를 보며 얼마나 막막했을까요.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부탁도 하지 못하고 돌아서려는 관광객의 손을 붙잡아서 정말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