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트러블이 일어난 관광객, 화장품 가게와의 3자 통역 동행 안내


2019년 9월 12일 / 신촌 움직이는 안내소 / 임연진 조혜인 안내사



오후 2시 30분경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근처에서 중국인 관광객 1명이 저희에게 다가오셨습니다. 혹시 중국어가 가능하지를 물어보신 후 화장품과 관련해 질문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관광객은 어제 이대 근처 화장품 가게에서 화장품을 구입하였는데 샘플을 사용해 본 후 오늘 아침 피부에 트러블이 생겨 환불을 하러 매장을 방문하였으나 거절당했다고 하였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서 혹시 중국어가 가능하면 함께 가달라는 부탁을 받아 함께 상점으로 가기로 하였습니다. 환불과 관련한 문제는 중간자가 어떻게 통역을 하고, 어떤 감정으로 임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저는 최대한 중립적인 자세로 통역에 열중하였습니다.



직원은 저희를 보며 이 분의 경우 중국의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이용하여 결제를 하였는데 이 경우에는 환불이 어렵다고 하시며 모바일 결제 기계를 직접 보여주면서 현재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기계에는 환불 버튼이 비활성화 되어 있었으며 실제로 알리페이 결제의 경우 환불이 불가능하여 결제 전에 항상 언급을 하는 편이라고 덧붙여 말했습니다. 관광객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전달하자 관광객은 난처해하면서 바를 수도 없는데 환불도 불가능하다면 도대체 이 화장품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고, 양쪽의 의견이 쉽사리 좁혀지질 않았습니다.



저는 관광객에게 혹시 교환이 가능하다고 하면 다른 제품으로 바꾸는 것은 어떤지에 대해 제안드렸고 관광객은 그게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직원에게 혹시 교환은 가능한지에 대해 여쭈어보았는데 개봉을 한 경우에는 교환이 불가능하고 원래대로라면 피부 트러블로 인한 교환의 경우 진단서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답하였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개봉 여부를 확인하고 피부에 맞지 않는 제품에 한 해 교환을 해주겠다고 하며, 매장 쪽에서 상담하여 권해준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관광객이 검색을 해서 찾아 사간 것이라면서 본인들도 상당히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나 교환 이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었고, 관광객은 구매한 제품들 중에서 2 개의 제품을 교환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혹시 또 피부 트러블이 일어날 지도 몰라 직원에게 관광객의 피부에 맞는 적합한 화장품을 추천해줄수 있는지 여쭈어봤고 직원 분은 두 제품의 가격만큼, 혹은 그 이상 구매하면 교환이 가능하다는 말씀과 함께 관광객에게 맞는 제품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관광객이나 직원 모두 말이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뭘 얘기하는지 몰라 답답했는데 이렇게 중재를 해 주어 고맙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셨습니다. 매장을 나오며 관광객에게 화장품을 사고 트러블이 일어날 시에는 교환이나 환불이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잘 모르는 것이 있다면 매장 직원 분들에게 추천을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씀과 함께 안내를 마쳤습니다.



관광통역안내사라는 직업은 단순히 외국인에게 관광 안내나 길 안내를 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오늘 겪은 상점과의 트러블 등에 통역을 위해 동행 안내를 하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점심과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 누구의 상황이 맞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내사가 다른 한 쪽의 말을 들어서는 안되겠지요. 그 상황에 맞는 순발력과 함께 다양한 방면에서 사용되는 단어를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언어실력 그리고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유지해야하는 차분함까지 요구하는 3자 통역이야말로 아마 관광통역안내사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하실 최고 난이도의 안내 중 하나인데요. 저 역시 앞으로도 항상 객관성을 유지하여 도움이 되는 안내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