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 / 광화문 고정식 안내소 / 하숙영 안내사



12월 19일 오전 10시쯤 미국인 관광객 한 분이 안내소에 내방하셨습니다. 며칠 전부터 두어 차례 방문하신 70대 관광객 분이셨기에 얼굴이 낯이 익어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관광객 분은 자주 이 곳을 방문하게 된다며 오늘은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미안하다고 먼저 양해의 말씀을 구하셨습니다. 자리에 앉은 관광객께서는 가방에서 스크랩 파일을 한권 꺼내시더니 이 파일은 하버드 대학에서 복사해 온 사진들이며 1908년도의 서울을 찍은 사진 모음이라고 하셨습니다. 이전 방문시에도 한국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이나 전통적인 궁궐 등에 매우 흥미가 많으셨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관광객은 이 사진들 중에 어디에서 찍은 것인지 사진을 보고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으면 자신에게 설명을 해줄 수 있는지 부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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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흐릿한 화질의 사진이라 정확하게 보는 것이 어려웠지만 이 파일을 직접 한국까지 가져와 현장에 가보고자 한 관광객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어야 겠다는 사명감이 들었습니다. 한 장씩 사진을 살펴보는데 고궁에서 찍은 듯한 사진에 금천교로 보이는 다리가 있어 이것은 경복궁 혹은 창덕궁 등 서울의 놀러온 선비들을 찍은 사진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또한 남자가 들고 있던 것은 접이식 부채이며, 길에 사람들이 머리에 쓰고 있는 것은 모자가 아니라 탈곡하는 도구인 ‘키’라는 것. 그리고 불교식 홍살문이 사용된 건물과 문짝에 그려진 그림이 모란의 꽃을 말하며 이 것의 의미를 같이 설명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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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분은 매우 흥미로워하시며 마고자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옛 사람들의 외투를 표현하는 말이라고 설명해드리고 뒤이어 평양의 사진을 보여주셨습니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당시 평양이 초토화되어 사진과 같은 건물이 남아 있을 리는 없다고 하시며 혹시 이 건물을 알고 있는지 여쭈어보셔서 정말 죄송하지만 그 당시 평양의 역사에 대해서는 저희로서는 알 수가 없으며 현재도 사진을 검색해볼 수는 있지만 저희가 평양에 대해 알 수 있는 부분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관광객은 그제야 분단의 상황을 이해한 듯 하였습니다. 평양 사진 중 하나에 우물 앞 비석이 있었는데 한자로 ‘기자정’이라고 적힌 사진이었습니다. 관광객 분은 이게 무슨 한자이며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하여, 기자라는 중국의 성현이 사진의 우물을 마셨다는 설에서 유래하여 이 우물의 이름이 기자정이라고 붙여졌다고 설명해드리자 매우 기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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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스크랩 사진 여러 장에 대해 아는 대로 성심성의껏 설명을 해드리고자 노력했습니다. 한국에 여러 역사와 과거에 대해 공부를 하는 사람인데, 책을 쓰고 있다며 혹시 나중에라도 책이 나오면 꼭 한 권을 보내주고 싶다는 말도 덧붙이셨습니다. 관광객 분은 마지막으로 저 다리가 정말 궁궐의 다리인지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다며 창덕궁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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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익숙하게 보고 지내는 도심 속 궁궐이나, 왕릉을 보며 많은 해외의 관광객들은 적잖은 감동과 문화 충격을 받기도 합니다. 현대와 과거가 살아 숨쉬는 서울을 보며 다른 나라와는 한겹 다른 아름다운 처마에, 단청 색깔에 감탄합니다. 안내원으로써 현재의 서울을 아름답게 설명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서울이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과거를 간직했는지, 어떠한 역사가 이 곳에 존재했는지를 관광객에게 알려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안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