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3일 / 명동 움직이는 관광안내소 / 장문혜, 김민기 안내사


- k-양심과 함께하는 훈훈한 12월의 서울.



오전 12시 30분경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근무하던 중 40대 일본인 부부 관광객이 저희를 찾아오셨습니다. 무슨 일인지 여쭈어보자 핸드폰을 분실하였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일본어 패치를 보고 도움을 청하러 왔다고 하셨습니다. 가장 먼저 언제, 어디에서 분실한 건지를 여쭤보았는데 관광객 분께서는 방금 전에 서울역에 있는 편의점에서 잃어버린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혹시 편의점에서 물품을 구매한 영수증이 있는지, 어떤 편의점이었는지, 정확히 편의점 안에서 잃어버렸는지를 여쭤보았으나 안타깝게도 영수증도 없는 상태였고 서울역이 워낙 복잡하여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우선 파출소에 함께 동행하여 LOST112 홈페이지에 접수된 물건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분실신고접수를 도와드리기로 하였습니다. 이동하면서 분실과정에 대한 자초지종을 듣게 되었으며 경찰 분들게 핸드폰 기종이나 색깔 등 분실물 접수에 필요한 정보들을 상세하게 통역해 드렸습니다. 관광객 분들은 당일치기 여행으로 한국에 온 것이라 연락처도 따로 없었으며 출국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아쉽게도 LOST112 홈페이지에도 등록이 된 것은 없었는데 경찰 분들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조금 더 기다려보라는 말씀과 함께 핸드폰 번호 대신 이메일 주소로 연락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마음이 불안했던 관광객 분들께서는 다시 한 번 본인들이 서울역에 가서 편의점에 가보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포스트잇에 ‘핸드폰을 분실하였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라는 문구를 적은 뒤에 관광객 분에게 전해드렸습니다. 서울역으로 다시 떠나신 관광객 분들은 약 2시간 후 다시 명동에서 재회하였습니다. 서울역 내에 있는 편의점과 역무실에 다녀왔지만 핸드폰을 발견하지 못했고 지금 방금 영어로 되어 있는 이메일을 받았는데 혹시 확인을 해줄 수 있냐고 하셨습니다. 이메일 아래에 연락처가 적혀 있었기 때문에 저는 바로 그 연락처로 연락을 취하였습니다. 서울역 지하 3층에 위치한 역무실 직원분이 전화를 받았고 관광객이 잃어버린 기종과 같은 기종의 핸드폰이 방금 습득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직원에게 핸드폰의 실물 사진을 받자 관광객 분들은 기뻐하며 자신의 핸드폰이 맞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또다른 도난과 분실 방지를 위하여 이것이 관광객의 핸드폰이 맞는지 정확히 확인을 해야 했습니다. 관광객 분께 이러한 것에 대해 미리 기분 나쁘지 않도록 양해의 말씀을 드린 후 혹시 바탕화면 설정 이미지가 어떤 것으로 되어 있는지 등을 여쭈어 보았고, 몇 개의 확인 절차 후에 관광객 분들의 분실물임을 확인하였습니다.




불안에 떨고 있을 관광객 분들을 위하여 최대한 객관적이고 빠른 속도로 통역을 하였고, 관광객 분들은 본인들의 핸드폰을 찾았다는 사실에 기쁨의 환호를 지르며 저희에게 몇 번이나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오늘 저녁 비행기로 다시 일본에 가는지라, 당일에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여러 번이나 번거로울텐데 성심성의껏 도와준 안내사들과 사진을 찍고 싶다는 말씀에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하였습니다. 상심한 얼굴은 사라지고 밝은 미소로 저희를 향해 손을 흔드시며 명동역으로 향하는 관광객 분들을 보니 저 역시 매우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많은 해외 관광객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놀라는 일 중에 하나가 바로 이것인데요. 최신 핸드폰이나 돈이 많이든 지갑을 분실하면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당연히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찾을 생각조차 안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여행자 보험을 가입하였거나 혹은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우연히 저희를 만난 분들이 핸드폰을 잃어버렸다고 말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요. 그러나 이렇게 분실한 물건을 찾게 되면 굉장히 놀라면서 한국의 바른 양심 문화에 대해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른바 K-양심이라고 할 정도로 한국의 양심 문화는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 있습니다. 스타벅스에 노트북이나 핸드폰을 두고 화장실에 가거나 음료를 받으러 가는 한국인들의 영상이 해외에서 화제가 되는 경우도 이와 같다고 볼 수 있지요.  앞으로도 많은 관광객 분들이 안심하고 서울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레드엔젤인 저부터가 최선을 다해서 도와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