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3일  / 명동 움직이는 안내소 / 박민진, 최서정 안내사




11월 13일 명동 예술 극장 앞에서 근무하던 중에 일입니다. 영어권 외국인 남성이 저희에게 다가왔습니다. 무슨 일인지 여쭈어보자 방금 너무 화가 나는 일이 있었다고 하시면서 저희에게 하소연을 하였습니다. 식사를 하기 위해 갔던 가게에서 30분 동안이나 앉아서 대기했는데 아무도 자신에게 주문을 받기 위해 오지 않았으며 메뉴조차 보여주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영어 메뉴판이 있는 식당이 있다면 그곳을 안내해달라고 요청하시며, 한국에 온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아졌으며 한국은 원래 서양 사람들을 싫어하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영어 담당 안내사가 최대한 공감해드리며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이 곳은 지역 특성상 관광객이 많아서 아침부터 밤까지 매우 바쁘기 때문에, 아마 앉아 계신 걸 미처 못봤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대신 사과의 말씀을 전달하였습니다. 만일 그들이 고의로 그런 것이라면 이미 여러번이나 우리에게 이야기가 전해왔을 텐데 이번이 처음이라는 말씀과 함께 벌써 일정을 마치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고 싶다는 관광객에게 진심을 담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영어 메뉴판이 있는 가게들을 체크해드리며 혹시나 말이 통하지 않거나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다면 언제든 저희를 찾아와 달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으로의 여행이 즐거우셨으면 좋겠다는 안내사의 진심어린 마음이 통했는지 관광객 분의 화가 난 얼굴은 다시 부드럽게 풀려 있었습니다. 이런 안 좋은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다고 하시며 방금 전까지 화가 많이 나서 english라는 패치를 보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 찾아왔는데 큰 위로가 되었다며 관광객은 떠나셨습니다.



며칠이 지난 11월 18일 오후 5시경. 명동길을 순회하던 중 관광객을 다시 조우하였습니다. 먼저 다가간 저는 반갑게 인사를 드리며 그 날 식사는 잘 하셨는지 나머지 일정들은 괜찮았는지를 여쭈어 보았습니다. 관광객은 저희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 것에 감동하였습니다. 서울 뿐 아니라 다른 지역들도 다녀왔다는 관광객 분은 다른 지역에서 관광 안내소에 갔는데 정보만 주고 얼른 나가라는 식의 서비스를 받았으며 그 외에 다른 관광지에서 겪은 불쾌한 일들이 본인으로써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셨습니다.




관광객 분 역시 그 나라에서 관광업계에 종사하고 있는데 한국의 서비스에 실망을 하였다고 하시며 갔던 관광지들이 마음에 들었음에도 서비스 때문에 한국이라는 나라를 다시 오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 모습에 마음이 참 많이 무겁고, 같은 서비스직에 종사하고 있는 저 역시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최대한 상한 마음을 풀어드리고자 관광객 분의 마음에 공감해드리며,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습니다.



관광객분은 저희를 보고 따스하게 웃어주시며 그래도 명동에서 레드 엔젤을 만난 것이 한국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자신의 이런 이야기를 들어주어서 고맙다고 하시며 회사 측에도 감사 인사를 꼭 하고 싶다고 주소를 알려달라고 하셨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불편한 사항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냐는 물음에 회사의 이메일 주소와 함께 겪으신 불편사항에 대해 의견을 작성할 수 잇는 서울 특별시 응답소 링크를 함께 알려드렸습니다.




비록 한국에서 좋지 않은 기억을 갖게 되었지만 그래도 떠나기 전에 저희를 만나서 참 다행이었다는 관광객의 말씀과 함께 무거운 마음으로 복귀를 하였습니다. 관광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요. 무엇보다도 관광 최일선에 위치하고 있는 바로 저희와 같은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뛰어난 관광 자원이 있음에도 사람들이 그 곳을 다시 가고 싶다고 느끼는 것 중에 가장 큰 것은 바로 이러한 관광 서비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친절한 서울을 만들기 위해 저부터가 한번 더 마음을 다 잡고 밝은 미소로 응대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 사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