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1일 / 북촌 움직이는 안내소 / 강기훈, 강성민 안내사

관광객이 코리아 넘버원!을 외친 까닭은?



10월은 특히 관광객 분들이 고즈넉한 한옥과 단풍을 구경하기 위해 북촌을 많이 방문하는 달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침부터 정신없이 바쁠 때가 참 많은데요. 10월 11일 오전 9시 45분경 북촌 3경 부근에서 안내를 진행하고 있던 중 동료 안내사에게서 어떤 물건을 건네받았습니다. 다름 아닌 스마트폰이었는데요. 무슨 일인지 사정을 물어보자, 근무 중에 택시 기사 분께서 지나가던 동료 안내사를 보고 차를 세우고 급히 불렀다고 합니다. 놀란 동료 안내사가 택시 기사분께 가자 방금 전 롯데호텔에서 청계천으로 손님을 태웠는데 알고 보니 핸드폰을 놓고 내리셨다며, 오늘 일이 바빠 전달이 힘들 것 같고 그 분들이 중국인이라 의사 소통이 되지 않는다며 언어를 쓰는 분이니 본인보다는 전달이 원활할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동료 안내사는 영어 담당이었기 때문에, 중국어 담당인 저에게 스마트폰을 전달해주러 오신 것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을 눌러 보니 부재중 전화가 4통이 와 있었고, 아마도 같은 번호로 반복적으로 온 것으로 보아 함께 택시에 탑승하고 있던 지인 분의 전화일 것이라 추측하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한 번에 전화를 받으신 지인 분은 제가 예상한 대로,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분의 지인이었고 불안해 하실 관광객 분을 위하여 현재 북촌에서 근무 중인 관광 안내사이며 택시 기사 분께서 의사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이 스마트폰을 습득하신 후 우리에게 전달해 주셨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관광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안 그래도 전화를 받지 않아, 구매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스마트폰을 이대로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걱정을 하고 있었다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관광객은 마침 인사동 쪽에 계셨는데, 북촌까지 직접 오겠다고 말씀하셨고 이에 저희는 ‘재동초등학교 사거리에서 빨간 옷과 모자를 쓰고 안내를 하는 사람’ 이라고 구체적으로 말씀드린 후 대략적으로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를 여쭈어 보았습니다. 30분 안에 도착할 거라는 관광객의 말씀을 듣고 저희는 이 곳에서 교대를 하지 않고 잠시 기다리기로 하였습니다.



오전 10시 15분 경 남성 두 분이 멀리서 뛰어오시는 게 보였습니다. 직감적으로 스마트폰을 찾으러 오신 분들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관광객 분께 대단히 죄송하지만, 확실하게 전달을 해 드리기 위해 몇 가지를 확인해 봐야 하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 후 어디에서 택시를 타셨고 어디에서 내리셨는지, 핸드폰의 기종과 색 등을 여쭈어 보았습니다. 간단한 확인이 끝난 후 스마트폰을 돌려 드렸는데, 관광객 분께서 정말 기뻐하시며 코리아 넘버 원! 이라고 호탕하게 웃으며 말씀해 주셨습니다.


오신 김에 북촌을 둘러보겠다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나시는 관광객을 보며 오랜만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택시 기사 분의 세심한 배려와, 많은 안내사들의 도움으로 관광객이 잃어버린 스마트폰을 빠른 시간 안에 다시 주인에게 돌려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번의 부재중 전화 끝에 겨우 연결이 되고, 관광객에게 중국어로 인사를 건넨 후 상황을 설명해드렸을 때 무심코 내뱉으시던 안도의 한숨이 얼마나 그 짧은 시간동안 마음을 졸였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관광객이 안심하고 여행할 수 있는 서울을 위해 저 역시도 최선을 다해 그 분들을 도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