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통의 오해가 부른 다툼, 레드엔젤이 도와드려요


10월 4일 금요일 / 홍대 움직이는 안내소 / 최재영, 전미소 안내사



10월 4일 오후 7시 30분 경. 홍대는 불금을 즐기러 온 내 외국인 관광객으로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이 바쁜 시간입니다. 많은 인파 속에서 순회를 하던 중 내국인 40대 여성이 저희를 발견하시고 급히 달려오셨습니다. 무슨 일인지 여쭈어보니 저쪽에서 중국인 커플과 택시 기사가 서로 언성을 높이고 싸우고 있는데 중국어를 할 수 있으면 좀 도와줘야 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이에 저희는 급히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현장에는 20대 중국인 커플 관광객과 내국인 40대 택시 기사분이 한껏 격양된 목소리로 말다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정중히 다가가 양쪽 모두에게 서울시 관광협회의 관광안내 서비스이며 중국어 의사소통이 가능한데 혹시 통역이 필요하시다면 도와드리겠다고 말씀드리자, 관광객은 억울한 표정으로 저에게 상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중립적인 입장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택시 기사 분의 이야기도 같이 들었는데요. 언성을 높이며 화를 낸 것과는 달리 알고 보면 작은 소통의 오류들이 불러 일으킨 싸움이었습니다.



 중국인 커플은 동대문에서 홍대까지 택시를 타고 왔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며, 자기들이 알기로는 30분 정도 걸리는 걸로 알고 있는데 왜 한시간이나 걸렸냐면서 외국인이기 때문에 일부러 돌아와서 바가지를 씌운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의심을 하고 있던 찰나에 홍대에 도착하여 티머니 결제를 하려고 했지만 카드 잔액이 부족하여 어쩔 수 없이 현금 결제를 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침 5만원 지폐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걸 택시기사에게 건네 주었고, 택시 기사분 역시 거슬러줄 지폐가 부족하여 5만원 지폐를 받아서 밖에 있던 노점상 분에게 만원 지폐 5장으로 바꾸어 중국인 커플에게 바꾸어 주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중국인 커플은 이게 어떤 의미인지를 잘 모르고 택시 기사가 알아서 돈을 계산하고 자신들에게 넘긴 거라 생각하여 택시를 내리려고 했고, 택시 기사분은 중국인 커플이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가려고 오해를 하여 붙잡고 언성을 높이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우선 소통의 오류보다 바가지 의심을 갖고 있는 중국인 분들에게 이 상황을 설명해 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저는 실제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켜고, 지도 상 이정도의 거리와 금요일 저녁에 동대문에서 홍대까지는 평소에도 길이 많이 막히는 구간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1시간 이상도 소요될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관광객은 자신들이 다른 앱으로 검색하였을 때는 30분 정도가 나왔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말씀을 하셨고, 저는 실시간으로 네비게이션이 가능한 어플리케이션을 작동시켜 실제로 동대문에서 홍대까지 1시간이 걸리는 현 상황을 말씀드렸습니다. 그 이후 택시기사 분에게도 오해를 풀기 위해 중국인 관광객 분들은 이미 5만원 지폐를 냈는데 밖에 나가서 계산을 하시고 오셔서 결제가 끝난 줄 알고 받아서 가려고 했던 것이었으며, 도망을 가거나 계산을 하지 않을 의도는 없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서로 오해가 있었던 터라 관광객과 택시 기사분은 언성을 높이던 방금 전까지는 달리 오해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이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관광객 분의 결제가 완료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안내가 종료되었습니다. 택시 기사분은 종종 외국인 관광객 분을 태우고 올 때면 말이 통하지 않아서 답답한 순간이 많았는데, 이런 서비스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고 하시며 덕분에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라고 안심하고 떠나셨습니다.



관광객 분들도 바가지를 쓴 것 같아 오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안내사의 이야기를 듣고 차가 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택시를 타야겠다고 하시며 저희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하셨습니다.


알고 보면 정말 사소한 것들이고 같은 언어를 사용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일들이지요. 그러나 말이 통하지 않는 관광객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저희가 만약 관광객의 말만 듣고 바가지로 오해했거나, 혹은 택시기사의 말만 듣고 도망가려고 했다고 여겼다면 이 문제는 가볍게 끝나지 않고 더 큰 문제를 가져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레드엔젤은 종종 분쟁이나 싸움의 통역을 도와드리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럴 때는 어느 한 쪽의 감정에 치우치기 보다는 객관적인 사실 전달과 함께 오해를 풀어드리고자 최선을 다 하는 중용의 마음이 참 중요한 것 같다고 느낀 안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