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동안 북촌팀을 찾아온 아주 특별한 참새 손님

북촌 움직이는 안내소 / 7월 20일 / 강성민, 전소현 안내사



 7월 20일 오후 5시의 일입니다. 한 여름의 뜨거운 태양으로 지친 하루가 거의 끝나갈 무렵, 내국인 관광객이 저희를 보며 머뭇거리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도움이 필요한 듯 보여 “길안내 도와드립니다” 하고 먼저 반갑게 맞이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러나 관광객 분들은 계속하여 무언가를 주저하시며 저희를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아마도 길 안내가 아닌 다른 용무라고 판단하여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혹시 뭐 도와드릴 것이 있는지 여쭈어보았습니다 .


 내국인 관광객께서는 잠시 작은 상자를 저에게 보여주시며, 길에서 새끼 참새 한 마리가 힘없이 쓰러져 있길래 급한 마음에 일단 갖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상자 속에는 아주 작은 참새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많이 당황하였지만 일단 내국인 관광객분들께서 일정이 남아 있어 오랜 시간 저희와 함께 할 수 없는 상태였고, 이동 도중에 발견하여 급히 거둔 것이라는 말에 제가 상자를 넘겨받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상자 속에 아기 참새를 인계받게 된 저희도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저는 복귀를 하여 팀원들과 함께 인터넷으로 새끼 참새를 구조하였을 시에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해 꼼꼼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새끼 참새를 구조할 때에는 반드시 새끼 근처에 어미 새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지만, 저희의 경우에는 다른 분으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참새의 위치 확인이 불가능하였습니다. 사무실 내에 임시로 따뜻하게 거처를 만들어주며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참새의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야생동물 보호센터로 곧장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러나 인계 당일이 금요일이며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통화가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월요일까지 참새를 임시 보호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급한 대로 여러 모이들을 주고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시켜주니 참새는 금방 기력을 회복하였지요.


 월요일이 되고 보호센터에 다시 전화를 걸어 상황 설명을 드렸습니다. 저희가 이 참새를 어떻게 해야 할지 여쭈어보았는데, 보호센터에서는 아직 새끼이고 들은 걸로 미루어보아 어미와도 떨어진 상태에 기력을 회복하는 중이니 1-2주 정도 보호를 하면서 자연으로 방사를 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희 거점 사무실에는 뜻하지 않은 객식구가 생겼지요.



 처음에는 많이 부담이 되고 과연 아기 참새가 잘 지낼 수 있을지가 걱정되었습니다. 북촌 팀원분들 중에서도 새를 키워본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다들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아기 참새가 조금 더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지 고민하였습니다. 1-2주밖에 함께 할 수는 없지만, 다들 애정을 담아 참치라는 이름도 지어주고 쉬는 시간마다 참새 돌보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한창 어미새를 보며 날기 연습을 해야 하는 참치가 혹여나 방사 때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싶어 작은 곳에서부터 날기 연습을 시키고, 체온 유지가 중요한 아기참새를 위하여 따뜻한 방도 만들어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안내사 분들의 애정어린 시선과 따뜻한 진심이 통했는지 참치는 날이 갈수록 기력이 좋아졌습니다. 잠을 자는 것이 전부였던 아기 참새는 어느덧 총총거리며 사무실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제법 큰 소리로 짹짹거리며 저희를 흐뭇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덕분에 더운 밖에서 땀을 흠뻑 흘리고 지친 몸으로 들어오던 사무실이 활기를 띠게 되었습니다.



비록 짧은 거리였지만 참치가 스스로 날개짓을 하여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이대로라면 몇주 뒤 방사는 전혀 걱정할 것이 없었지요. 아쉬운 마음도 컸지만, 참치를 위해서도 자연에서 살아가는 것이 이치에 맞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특히 더 책임감을 가지고 참치가 잘 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습을 시켰습니다.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요? 언제나 기운이 넘치던 참치의 모습이 어쩐지 조금은 이상했습니다. 어느때와 다름없이 평화로운 도중 갑자기 참치가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날기 연습을 하다가 종종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했지만,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습니다. 몇 분이 지나도록 움직이지 못하는 참치를 보며 다들 걱정스런 마음에 어쩔 줄 몰랐습니다. 결국 퇴근 후에 참새 치료가 가능한 동물 병원을 찾아 가 진료를 받아보았습니다. 수의사 선생님께서는 참치의 상태를 보신 후에 창문이나 벽에 부딪혀 큰 충격을 받은 상태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보호 센터에 연락을 취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말씀과 함께 야생성을 길러야 하는 시기에 사람의 손을 타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말씀도 덧붙여 주셨습니다.


 그래서 29일 월요일, 보호센터에 연락을 드려 상황 설명 후 참새 인계를 요청 드렸습니다. 보호센터에서는 종로구청 공원 녹지과와 연계가 되어있다고 하여, 구청 관계자분이 가회동 주민센터까지 오셔서 참새를 보호센터로 데려가셨습니다. 북촌의 모든 팀원들과 함께 참새의 쾌유를 빌며 일주일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의 보호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간혹 북촌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주민분들의 민원이나 이런 예상치 못한 일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만큼 저희가 그분들에게 친근하다는 이야기겠지요. 이번 아기 참새 사건을 통하여 일주일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북촌팀원 모두가 하나가 되어 아기 참새를 돌봐주며 팀워크도 더 돈독해지고 생명의 소중함도 알게 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부디 참치가 보호센터에서 무사히 잘 지내 자연의 품에서 훨훨 날아 언젠가 북촌 하늘에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