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30일 / 신촌 움직이는 안내소 /  박병제, 니타아야안내사



3월 30일, 이대 부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코로나19가 한창 심해지며 행인이 거의 없는 오후였습니다. 한산한 이대거리에 70대 할머니 한 분이 행인에게 말을 걸며 무엇인가를 여쭤보는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안내사가 다가가 혹시 어디를 찾으시는지 여쭈어보자, 지방에서 올라오신 할머니는 최근 손녀딸이 개업한 꽃집을 찾아 왔다고 하셨습니다. 이대역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 1시간 째 헤매고 있다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혹시 상호명을 알고 계신지 여쭈어 보았습니다. 개업한 상호명을 말해주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하셔서 손녀딸의 전화번호를 여쭈어보았지만 휴대전화 역시 갖고 계시지 않았습니다. 자세한 위치나 상황을 여쭤 보았지만 이대에 있다는 것 말고는 딱히 정보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단서라고는 ‘새로 개업한 꽃집’ 하나뿐인 난감한 상황. 그러나 저는 포기하지 않고 근무 중인 다른 신촌 움직이는 안내소 팀원들에게도 이와 같은 사실을 전달하고 손녀딸의 가게를 찾아드리기로 하였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났고, 한 분이 최근에 신촌 기차역 앞에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박스퀘어’ 2층에 꽃집이 새로 오픈한 것 같다는 정보를 알려주셨습니다. 혹시 거기가 아닐까 싶어 할머니를 모시고 박스퀘어 2층 꽃집으로 향했습니다.



가시는 내내 다른 파트너와 함께 할머니의 말동무를 해드렸는데, 저희의 직업이 신기하신지 연신 고마워하시며 손을 꼭 붙잡아주셨습니다. 할머니의 걸음에 맞추어 한 10분 정도 걸어간 후 박스퀘어 꽃집에 다다랐습니다. 꽃집에 도착하자 주인 분께서 놀라 밖으로 뛰쳐나오셨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할머니가 찾으시던 그 손녀딸이었고, 손녀딸에게 온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오신 터라 놀란 나머지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괜히 자신이 찾아온다고 하면 번거로울까봐 그 먼 지방에서 서울까지 홀로서기를 시작한 손녀딸을 위해 직접 발걸음을 옮기셨던 할머니도, 그제야 손녀딸을 보시며 안심의 눈물을 훔치셨습니다. 꽃집 사장님 역시 저희에게 몇 번이나 감사 인사를 하셨는데요. 보는 저희 역시 가슴이 뭉클해지고 참 보람된 순간이었습니다.



코로나19 속에서도, 꽃집을 개업한 손녀딸이 염려되어 혼자 올라오신 할머니. 따뜻한 손길 만큼이나 가슴 훈훈해지는 안내였습니다. 할머니의 포근한 사랑만큼 꽃집도 따뜻하고 풍성한 가게가 되기를 바라며 안내를 마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