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무가 궁금하오. 나무를 찾아 온 삼청동 관광객의 사연


3월 26일 목요일 / 삼청동 움직이는 안내소 / 문상흠 안내사


오후 1시경의 일입니다. 아트선재센터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40대 내국인 관광객 두 분을 발견하고 인사를 건네자 잠시 망설이시던 두 분은 이런 것까지 물어봐도 될지 모르겠다는 말과 함께 조심스럽게 문의를 해오셨습니다. 무슨 일인지 여쭈어보자, 여기 근처에 유명한 나무가 있다고 해서 생각난 김에 찾아보려 하는데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나무의 종류도 몰라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아무 단서도 없는 상황에 조금 난감했지만 하나씩 알고 있는 삼청동/북촌의 나무 들에 대해 이야기해드렸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앞에 있는 200년된 비술나무, 헌법재판소 안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8호인 재동 백송, 윤보선 길에 위치한 향나무 등 오래되고 유명한 나무들을 말씀드리며 혹시 이것들이 아니더라고 삼청공원이나 정독도서관 등은 벚꽃놀이 등으로 유명한 스팟이라 이 곳에 있을수도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무래도 이름과 설명만으로는 이해가 조금 어려울 것 같아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사진을 하나하나 보여드렸습니다.


관광객은 사진을 하나하나 살펴보시더니 재동 백송이 맞는 것 같다며 이 나무를 꼭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지도를 펴 가는 길을 말씀드리자 이런 것까지 다 알고 있어서 정말 깜짝 놀랐다고 하시며, 친절하게 안내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덧붙이셨습니다.


삼청동에서 근무를 하면, 종종 옛 터를 찾아 오시는 분들이나 벚꽃을 즐기러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어떤 나무를 찾아 오시는 분은 처음이어서 굉장히 신선했고 궁금해 하시던 나무를 찾아드릴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뿌듯한 안내였습니다.




재동 백송 그것이 궁금하다!


서울시 종로 재동에 위치한 백송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백송으로 ‘나무를 사랑하는 분’들에게는 이미 굉장한 유명인사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백송은 그저 하얀 소나무가 아니랍니다. 어릴 때는 다른 소나무들처럼 껍질이 녹색이지만 수백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색이 빠지고 이윽고 흰빛을 띠게 되는데요. 원산지는 중국인데요. 중국에서도 굉장히 희귀한 나무라고 합니다. 이렇기에 중국에서조차 아주 귀한 취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우리 선조들이 소나무를 좋아한 건 다들 알고 계시겠죠? 변치 않는 충절을 상징하는 소나무, 그런데 여기에 청렴과 결백을 뜻하는 흰색이 합쳐진 백송이라면? 당연히 어마어마한 가치를 갖고 있지 않았을까요? 현재는 백송 자체가 굉장히 귀하여 발견이 되면 대부분 천연 기념물로 지정하여 나라에서 보호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헌법재판소 재동 백송의 경우는 말씀드렸듯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백송으로 그 높이만 무려 15m, 나이는 600살 정도로 추정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귀하신 백송이 어쩌다 헌법재판소 안에 있게 된 것일까요? 짤막한 역사 상식도 한 번 공부해봅시다!



헌법재판소가 위치해 있는 북촌 ‘재동’의 명칭부터 알아볼까요!? 재동의 유래를 알기 위해서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수양 대군이 단종을 쫓아낸 계유정난이 일어나고 이들의 피로 그 근방이 비린내가 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에 마을 사람들이 ‘재’를 뿌렸다고 하여 재동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는데요. 재동이 위치하던 현재 북촌은 당시에도 사대부나 영의정, 좌의정의 집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이곳의 피비린내가 진동했다는 말은 즉 그 당시 단종의 편에 서서 권력을 쥐고 있던 사대부들을 숙청하였다는 말이 되기도 하겠지요.


그리고 현재 헌법재판소가 있기 전에는 조선말 헌종의 어머니인 신정왕후의 사가가 있던 곳이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이 사가의 사랑채에서 조대비와 흥선대원군이 자신의 아들인 고종을 왕위에 올리기 위해 거사를 도모하였고 이 무렵부터 백송의 밑동이 하얗게 변하여 이것을 기이하게 여기며 성공을 확신하였다 라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정확히 ‘누가 이곳에 백송을 심었다‘ 하는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아마도 궁에 출입이 잦았던 사대부의 집인지라 중국에 사절단으로 참여하였던 누군가가 가져왔거나 혹은 선물을 받아 심어놓았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합니다.

이후에는 연암 박지원의 손자이자 좌의정까지 지냈던 박규수의 집, 갑신 정변의 선두 주자였던 홍영식의 집터로 사용되다가 우리나라의 최초 서양식 국립병원인 제중원이 들어섰습니다. 그 후에도 경기여고, 창덕여고의 교정으로 사용되다 1993년 헌법재판소가 들어서게 되었지요.
그야말로 격정의 공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모든 역사를 바라본 채 백송은 그 자리에 꿋꿋하게 뿌리를 내리고 현재까지도 북촌 일대를 지키는 수호수처럼 머물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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